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축제 분위기였던 더불어민주당이 불과 넉 달도 채 되지 않아 민심 이반에 의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 5명의 지난 7일 사표 일괄 제출이 집권 후반 레임덕, 즉 대통령의 권력 누수를 차단하기 위한 정권 핵심부의 의견에 따른 조치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직후만 해도 여권의 국정 운영 기반은 확고해지는 듯 했으나,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를 흔들기 시작한 건 민주당 윤미향 의원이었다.
윤 의원이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기부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들떠있던 민주당의 분위기를 급랭시킨 악재는 계속 이어졌다.
당 지도부부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아니라 윤 의원을 감싸는 태도를 견지하자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은 물론 비교적 중립을 유지하던 언론과 여론도 염증을 내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3040 세대들의 정책 불신도 심화했다.
설상가상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전통적 지지층을 갈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여권의 '피해 호소인' 발언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현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여성들의 민심에 균열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최근엔 민주당이 부동산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 법안을 통합당의 보이콧 속에 처리하면서 '입법 독주' 비판까지 거세졌다.
이번 일괄 사의를 계기로 민주당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가량 비싸게 매물로 내놓아 논란을 자초한 김조원 민정수석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 수석을 향해 "부동산을 내놓은 시늉만 한 것이자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을 한 것"이라며 "몇 번씩 국민한테 거짓말을 한 모양새가 되니 주택 처분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던 노영민 비서실장도 영이 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당 내에서 인적 쇄신 요청이 많이 있었다"며 "노 실장부터 헛발질을 해 국민 원성이 얼마나 큰가. 타이밍과 판단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 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1주택 소유 실천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은 말 그대로 자승자박이 됐다.
부동산 정책과는 별개로 노영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지역구였던 충북 정가와 도민들의 안타까움과 실망도 크다.
어찌됐든 정부와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집단 사의 표명이 국민 불신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하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약속한 대로 이달 말까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다주택자 8명을 0명으로 만들고, 예상되는 교체 인사는 분위기 일신의 기폭제로 삼자.
코로나19에 집값 등까지 쌓여가면서 국민들은 힘들어하는 타이밍에 일부 통계만 갖고서 "기적 같은 선방"이라는 메시지를 내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정세 이해도 도와야 한다.
그야말로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무방한 여권이 제대로 된 쇄신과 인사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의 민심 이반에 더 속도가 붙으리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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