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어느 사회에서나 다양하게 기능하고 있는 모든 조직은 인간의 삶의 기반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부족한 것을 충족시켜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고 조직 내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조직이 상호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인간이 조직을 파괴하거나 조직이 인간을 억압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리더나 특정 계층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조직을 멍들게 하는 경우가 잦다. 조직의 발전이나 생존을 핑계로 한 약자에 대한 폭력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이 조직은 가정이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세포와 같다. 그런데 부모가 가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여 가정을 파괴하고 자식들과 주변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일이 빈번하다. 부모는 가정을 행복한 보금자리로 만들 책임을 지고 있는 직업이다. 가정이 깨지는 만큼 사회는 병든다. 또한, 가장 공정해야 할 정부조직마저 일부 구성원들의 이기심에 휘둘리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하지도 않은 시간외 수당으로 지급되는가 하면, 정당한 법 집행이 지연되거나 거부됨으로써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집단의 탈선도 끊임없이 이어져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이다.

특히, 글로벌 시대라고 말은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 가난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비인간적 학대는 여전하다. 악덕 기업주 몇 사람이 국가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다. 이것은 국가 간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아서 반드시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원청업체의 중소납품업체 후려치기 실태는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조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폭력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룡 같은 거대 조직들이 전체 사회의 균형보다는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지배적이 됨으로써 국민의 부정적 반작용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있고, 작지만 정직한 조직의 기력이 쇠퇴하면서 사회가 활력을 잃고 있다. 인간의 욕구와 세상은 급변하는데 반해 리더들이 구태의연하여 조직과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 조직은 비대해졌지만 대다수 서민들이 과거보다 더 행복해졌는지는 의문이다. 가진 자, 권력자, 공무원들의 복지는 향상되고 지방정부 청사는 화려해졌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경제는 피폐해져서 지방 주민의 구매력은 직하강하고 있다. 그래도 지방의회 의원들은 보수를 더 올려야겠다고 하고, 또 몇 년 되지도 않은 관용차를 고급으로 바꾸느라 법석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본래 인간의 행복을 위해 탄생한 조직을 일부 권력자들이 악한 조직으로 변형시키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또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들이 인정받고 융성할 날은 과연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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