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겸 천안주재 국장] 박상돈 천안시장은 보궐선거로 당선된 직후 천안시문화재단 대표이사에 퇴직 공무원이면서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L씨를 공모로 선임했다.

공모 형식을 취했지만 이미 L씨가 갈 것이라는 소문이 공모 이전에 시중에 파다했고 실제 현실이 됐다.

시는 출자출연기관인 천안시시설관리공단 임원들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오는 25일까지 상임 이사와 비상임 이사를 모집한다고 공모했다.

시중에는 이사장 자리에 박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퇴직 공무원 A씨가 이사장으로 간다는 소문이 선거 직후부터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사무국장에도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퇴직 공무원이 가거나 당사자가 어려울 경우 다른 퇴직 공무원을 임명하고 천안시노인회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시나리오까지 퍼져있다.

결과는 지켜보면 된다.

이 상황을 보면서 박 시장도 전임 시장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가 한 말씀 중에 '허물을 줄이고자 애쓰지만 잘 안 된다'는 '欲寡其過而未能(욕과기과이미능)'이 떠오른다.

임명권자인 박 시장 입장에서 장자의 말씀대로 '자신에 대한 남들의 실없는 칭찬이나 비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呼牛呼馬(호우호마)'의 의지로 선거캠프 관련 인물을 쓰겠다고 고집한다면 할 말은 없다.

이 와중에 다행인 점은 내년 상반기 출범 예정인 재단법인 천안과학기술산업진흥원 초대 임원 공모에서 원장 자리에 천안시 출신 공무원이 원서를 내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과학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퇴직 공무원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내년 초 천안시청소년재단이 설립될 예정이고, 공모를 한다지만 결국 내 사람 쓰기로 하고 퇴직 공무원 중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나 선거에 도움을 준 시장 측근들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이를 지켜보고 있고, 여당이자 다수당인 천안시의회의 저항도 우려된다.

논어 미자 편에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부터 잘 하면 된다'는 '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왕자불가간 내자유가추)'라고 적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새겨 들을 만한 말이다.

보궐선거로 2년 임기인 박 시장이 1년여 후 있을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 내 사람 심기에 급급한다는 인상이 심겨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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