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문학적 표현으로, 기승전결(起承轉結)은 이야기 전개순서다. 고전시가에서 사용했던 방법으로 시작-전개-전환-끝맺음 순이다. 대하 고전소설인 삼국지를 예로 들어보면, 시작은 조조 유비 손권 등장이다. 전개는 그들이 각각 나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후 조조와 유비의 대립, 조조와 유비·손권 적벽전쟁, 유비와 손권의 전쟁등을 통해 삼국간 각축전으로 이야기가 전환된다. 마지막으로 위 촉 오로 갈라졌던 삼국이 다시 통일되면서 마무리된다.

영화도 기승전결이 뚜렷할수록 이야기 이해가 쉬운 장르다. 영화의 경우에는 전개-전환이 매끄럽게 이뤄질수록 관객이 느끼는 쾌감이 크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경우, 가난한 집 아들이 과외선생으로 부자집에 입성한 뒤 그 집 식구들이 줄줄이 부자집 식솔로 들어가는 전개가 이뤄진다. 와중에 각종 반칙이 이뤄지는데, 또 하나의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부자집 지하세계가 새롭게 공개되는 반전(전환)이 이뤄진다. 그리고, 결론은 그 반전을 이어 받아서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 된다. 관객들은 매끄러운 전개, 놀라운 반전에 감탄하게 된다. 

미국 영화인 유즈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는 영화 배열이 시간 순이 아닌데도 반전이 정확하게 이뤄져 전율을 일으킨다. 이 영화는 각종 복선을 깔고 있지만, 기승전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반전에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반전이 클라이맥스가 된다. 영화에만 기승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도 기승전결이 있다. 태어나고 죽는 과정에서 평탄하게만 살지는 않는다. 아니, 그렇게 사는 인생은 거의 없다. 우리 모두 삶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맛보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그중에서 일부는 아주 성공하거나 나락을 맛본다. 

사회, 국가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회, 국가는 발전한다. 실제로 우리는 식민지를 벗어나 전쟁을 겪었지만 '한강의 기적'으로 명명되는 산업화를 이룩했다. 자원도 없고, 인프라도 없는 나라에서 IT 강국, 강소국으로 발디딤 했다. 피와 땀으로 이룬 것은 또 있다. 민주화가 그 것이다. 헌법에 명기된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가 거의 완벽하게 보장된 나라를 우리는 만들었다. 물론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우리에겐 반전이 또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극화가 그 것이다. 수도권은 배 터져 죽고, 지방은 배고파 죽는 상황이 지속되면 국가발전은 요원하다. 지방을 살리고 지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다시 만들어야 할 때다.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서울 1극은 무너지고 지방화 다극이 이뤄진다. 영호남에서 서울 국회를 가는 것보다 세종시 국회를 가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세종시는 또 다시 전환점에 섰다. 기승전결 과정중, 전환에 해당하는 셈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세종시의 행정수도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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