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주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건강칼럼] 하현주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올해 여름이 여느 여름보다 더울 것이라는 예상이 올해 초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오더니, 6월 초부터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이런 무더운 날씨에 반드시 조심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가 온열 질환이다.

온열 질환은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우리 몸이 체온을 조절하는 기전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우리 몸의 중심 체온은 환경, 기후, 체내 대사 기능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중심 체온이 높아지면 열을 식히기 위해 부교감 신경계가 땀을 조절하고, 교감 신경계는 피부의 혈액 순환을 증가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일을 한다. 이와 같은 정상적인 체온 조절의 과정에 장애가 생기면 온열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온열 질환에는 열탈진과 열경련이 있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격렬한 운동을 할 경우, 땀이 과도하게 배출되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체내 혈장량과 심박출량이 저하되는데 이로 인해 전신을 순환하는 혈액량이 줄어들어 저체액성 쇼크를 일으키게 된다. 이를 열탈진, 또는 일사병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로, 현훈, 오심, 구토, 두통, 머리의 열감, 오한 등이 발생한다. 중심 체온은 37~40℃ 정도로, 의식은 정상인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열사병은 중심 체온이 40℃의 고온이며, 혼수와 같이 중추 신경계의 장애가 발생하는 응급 상황의 질환이다. 무더운 여름 차 안에 어린 아이가 장시간 남겨져 있다가 열사병에 걸렸다거나, 홀로 사시는 노인이 열사병에 걸렸다는 안타까운 소식들을 기사로 접하곤 한다.

체온 조절 능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지는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고온의 환경에서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노약자들만 열사병에 취약한 것이 아니다. 고온에서 강한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 군인, 그리고 여름철 옥외에서 높은 강도의 작업을 하는 건설업 종사자 등 야외 활동이 활발한 성인도 수 시간 이내에서 갑작스럽게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초기에는 피로, 현훈, 오심 등 열탈진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해지는 경우 혼수와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예방과 빠른 처치가 필요하다.

온열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환자를 그늘지고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시원한 이온 음료나 물을 마시도록 하며, 의식이 없거나 체온이 없는 경우에는 병원으로 이송하여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의 운동, 활동을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약자는 무더운 차 안이나 집에 혼자 남아있지 않도록 보호자가 주의해야 한다. 더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은 활동 강도를 조절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어야 하며, 특히 활동 전이나 활동 중에는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수분 공급이 중요하며, 활동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열에 대한 손상을 傷暑, 中暑, 暑厥 등으로 표현하며, 증상에 따라 침 치료나 한약 치료 등으로 온열 질환을 치료한다. 대표적인 처방에 생맥산이 있는데,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한 체온 상승, 구갈, 기력저하 등에 기운을 북돋고 고갈된 체액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 음료처럼 마시면 온열 질환의 예방, 치료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되어 여름 보약으로 처방하곤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필수인 요즈음, KF 94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갈수록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번 여름이 다른 때보다 더욱 나기 힘든 여름이 될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온열 질환은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스스로의 건강관리 뿐 아니라 노약자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온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안에서도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