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 맞아 대전시‘을유해방기념비’기록사진
▲ 광복절 맞아 대전시‘을유해방기념비’기록사진

[충청일보 이한영기자] 대전시가 '을유해방기념비(乙酉解放記念碑)'(이하 해방비)의 옛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해방비는 1946년 광복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전시민들이 뜻을 모아 건립한 것으로 원래 대전역 광장에 세워져 있었으나 1971년 보문산 공원로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오는 15일 광복 제75주년을 맞아 공개된 자료는 건립 당시 해방비의 정확한 위치는 물론 1957년 국립 서울현충원에 기증된 해태상 한 쌍을 포함해 경계석 등 주변 조형물들의 모습까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 자료는 얼마 전 대전시가 확보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소장 영상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사라지기 전의 대전역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영상에 담긴 해방비는 대전역 전면 중앙에 설치된 높은 기단 위에 세워져 있다. 주변에는 원형의 석조 난간이 둘러져 하나의 경내를 구성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 쌍의 해태상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좌우에 배치돼 마치 해방비를 수호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고윤수 학예연구사는 "서양 중세풍의 대전역사(驛舍)와 그 앞에 세워진 우리나라 전통양식의 해방비, 그리고 해치라기보다는 중국 사자상에 가까운 석상, 유럽식 궁정에나 어울릴 것 같은 아치형태의 경계석까지,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근대도시 대전의 이미지와 경관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다"며 매우 흥미로운 자료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1945년 광복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해방기념비' 또는 '독립기념비', '대한민족해방기념비' 등의 글씨가 새겨진 다양한 형태의 비석들이 세워졌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대전에는 을유해방기념비와 유성초등학교 뒤뜰에 있는 '해방기념비' 2기가 남아 있으며 모두 비지정 문화재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해방비가 문화재 지정이나 등록된 사례는 아직 없다"면서 "이번 자료 발굴을 계기로 보다 정확한 형태와 연혁 등을 조사해 자료가 모아지면 전향적으로 문화재 등록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원래 있었던 대전역광장으로의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의 자리로 옮겨진 지도 20년 정도가 돼 현재의 자리 역시 일정한 공간적 특성을 획득했다"며 "문화재의 경관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도 이미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뀐 현대적 역사 앞에 해방비가 이전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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