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력은 유한해 세월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까지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는 15일은 75회 광복절(光復節)이다. 광복절(光復節)은 1945년 8월 15일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군에 패해 항복을 선언, 한반도가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광복은 문자 그대로는 '빛을 되찾음'을 의미하고 국권을 되찾았다는 뜻으로 쓰인다.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36년간 국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로 지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수탈과 억압을 당했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게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당했다. 강제 징용이나 징병,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피해를 입은 우리 국민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낯선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한 일본을 위해 싸웠고 일했다. 하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일본은 여전히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강제 징용·징병으로 외국에서 죽임 당한 이들의 유해 상당수가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름이 무엇이고 고향이 어디이며 유해가 어디 묻혔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은 또 우리나라의 자원을 뺏어갔고 민족의 정신을 해하려 했다. 군량미 수탈을 위해 쌀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했고 군용 모피를 얻기 위해 삽살개와 호랑이 등 토종 동물들을 말살했다. 자랑스러운 한글을 쓰지 못하게 했고 부모에게 받은 이름도 부르지 못하게 강요했다. 교육과 직업 선택에서 차별을 당했고 사회·법 제도에선 불이익을 받았다. 이에 우리 선조들은 분연히 일어섰다. 일제 강점기에 억압받는 민족과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독립투쟁을 펼쳤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말 그래도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와 우리나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국 광복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희미해져 가고 있어 선조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일제 강점기에 하루라도 살았던 1945년 태어난 사람이 올해 75세다. 우리나라 국민 절대 다수는 일제 강점기의 기억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살아계신 광복 애국지사는 32명이다. 충북지역엔 오상근 애국지사 단 한 분만 생존해 계신다. 교과서에서나 한 두 번 배운 독립운동가들과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이 쉽게 잊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역사학자 카(E.H Carr)는 저자 '역사는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연속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역사는 그것이 자랑스럽거나 치욕스럽더라도 그 자체가 민족 자존심이며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조국 광복을 위해 이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애국 열사들의 숭고한 희생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원천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가 멈추지 않는 한 가장 존중받고 예우 받아야 할 최고 가치이다.

광복절은 그저 하루 쉬는 날이 아니다.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순국선열들의 애국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기며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상처와 아픔일 가득했던 일제 강점기. 우리는 마땅히 그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기억하고 되새기고 마음에 담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불태웠던 애국선열들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우리가 전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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