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외출도 어려운 때에 장마까지 지루하게 이어지다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호 태풍 '장미'까지 겹쳐 걱정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 덕분에 장미의 날카로운 가시로 할퀴지 않았지만 태풍이 몰고 온 호우는 장마와 겹쳐 더 많은 피해를 주어 안타깝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며 알아보니 역대 최장 기록이라 한다. 머지 않아 끝난다지만 더 이상 피해 없이 잘 극복하여야 하겠다.

착잡한 심경으로 장마 소식을 지켜보니(YTN 8월 11일 방송) 올해 장마를 알기 쉽고 일목요연하게 보도했으므로 발췌하여 인용하여 본다.

'올해 장마가 오늘로 49일째입니다. 이미 역대 가장 길고 가장 늦게 끝나는 장마 기록을 동시에 세웠는데 아직 장마는 진행 중입니다. 중부지방 장마는 지난 6월 24일 시작됐습니다. 유난히 길게 이어지고 비도 많았는데 결국 역대 최장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기존 최장 기록은 2013년의 49일인데 올해는 벌써 49일이 됐고 내일이면 사상 최초로 50일을 넘깁니다. 기상청 예보대로 16일까지 장마가 이어지면 54일로 신기록이고, 가장 늦게 끝난 장마 기록인 1987년의 8월 10일도 동시에 경신됐습니다. 사상 유례 없는 긴 장마는 올해 나타난 북극과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7월 하순쯤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북한으로 밀어 올리며 장마가 끝나지만 올해는 북극의 이상 고온으로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밀려오며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을 막아 무더위 대신 비가 계속되었습니다. 북쪽 공기가 워낙 차다 보니까 밑의 고기압이 올리지 못하다 보니 장마 기간이 가장 길고 가장 늦게 끝나며 강수량도 가장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2013년의 49일이 최장 기록이라는데 올해 장마 기간은 54일이 예상된다니…. 막바지 장마에 대비하여 경계를 늦추지 말고 이미 발생한 수해 복구에 힘써야 하겠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명언처럼.

이번 장마는 여느 장마보다 산사태가 숱하게 일어나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불러왔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례로 전남 함평군 대동면에서 산비탈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이 붕괴되며 민가를 덮친 모습을 신문에서 보고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산림 관리에 더욱 힘쓰고, 산을 파헤쳐 아파트를 짓고 태양광 패널로 덮는 등 난개발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장마로 하천과 강이 범람하고 농경지와 가옥 등이 침수되는 참담한 모습을 보며 '수즉재주(水則載舟) 수즉복주(水則覆舟)'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우리에게 심오한 진리와 교훈을 주고, 특히 지도자의 덕목을 강조하는 명언이다.

이와 더불어 노자(老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위대한 선은 물과 같다)도 삶의 신조로 삼아 실행하고 싶다. 물처럼 부드럽고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니,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상선약수처럼 의연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장마가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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