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 가꾸기를 좋아하시는 시아버님 덕에 시댁의 마당은 각종 꽃이며 난초와 상추, 고추, 포도넝쿨, 감나무 등의 먹거리 등으로 가득하다. 심지어는 인삼까지...

아파트로 이사 가자는 시댁식구들의 권유도 많았지만, 아버님의 화단사랑 때문에 거절당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얼마 전 고추가 자라고 있는 화분에서 테니스공만한 수박과 그 줄기를 보았다. 크기만 작을 뿐 너무 귀엽고 앙증맞은, 먹음직스러운 수박이었다. 한 달 전인가, 내가 사들고 간 수박이 너무 맛있으시다며 다 먹고 난 수박씨 몇 개를 심어놓으신 결과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알 심어보았는데, 줄기가 나고 수박이 달리는 모습에 아버님도 놀라우셨나 보다. 마트에 가면 흔하디 흔한 것이 수박이지만, 주먹만한 수박 하나가 우리가족에게 작지만 큰 웃음과 이야기꺼리를 준다. 며느리가 사온 수박이 너무 맛있어서 한 번 심어봤다는 말씀에 나는 더 뿌듯하고 행복해진다.

다 먹고 난 수박씨, 어떤 씨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서 처리되지만, 어떤 씨는 이렇게 사랑과 정성을 받으며 열매를 맺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성경에 '씨 뿌리는 자' 이야기가 떠오른다. 더러는 길가에 떨어져 새들이 먹어버렸고, 더러는 돌밭에 뿌려져 말라버렸고, 가시떨기 위에,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 육십 배, 백 배로 결실을 맺는다.

똑같은 씨앗이라도 어떤 밭에 심느냐에 따라 말라버릴수도, 열매맺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씨앗들이 나의 마음 밭에 뿌려진다. 그것이 한마디 말일수도, 한줄의 글귀일수도, 스쳐가는 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나에게 오는 모든 씨앗들이 좋은 열매로 보답하여기쁨이 될 수 있기를... 기름진 땅이 되기를 소망한다.

한 입도 안되는 수박 하나가 우리가족에게 웃음을 주듯이 말이다.

오늘도 우리 아버님의 사랑 먹고 자라는 식물들. 그 사랑 담긴 탱탱한 방울토마토 한 알을 따먹는 내 입안도 너무 행복하다.

▲ 김정애
청주ymca 정책사업팀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