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딱·벗·고, 홀·딱·벗·고….

허술한 복장으로 독기를 내 품으며 걷는 내게 들려오는 소리다. 공부는 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다가 세상을 떠난 스님들이 환생하였다는 전설의 새, 카, 카, 가, 코-하고 우는데 앞 세음절의 높이가 같고 마지막 한 음절은 낮아 마치 '홀딱 벗고'처럼 들려서 홀딱새라고 한단다.

그 뜻을 알아서인지 아무리 다른 소리로 들으려 해도 영락없이 벗자고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만큼 내 마음이 다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급기야는 출근 하던 길을 산으로 돌렸다. 우암 어린이회관에서 상당산성으로 오르면서도 초록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미움만 키우고 있다.

평일 아침시간인데도 산엔 사람들이 많다.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초면인데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억지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받으며 오르는 내내, 홀딱새는 홀딱 벗자고 홀딱홀딱 울어댄다. 그 소리는 가슴 한켠에 메아리가 되어 수양을 더 쌓아야 한다고 성냄을 버리라며 내 마음의 빗장을 풀어준다.

새 이름은 몰라도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산에 오르는 이는 들어보았을 소리. 원래 이름은 검은등뻐꾸기로 희귀종 여름새다.

새는 같은 종일지라도 계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그러니 같은 새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소리로 들릴 터이다.지나가는 분에게 무슨 소리로 들리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혹시 홀딱벗고라고 안 들리세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하면서 웃는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입술을 뾰족하게 모아 '호오올' 해 본다.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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