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례
청주문인협회 회원

나는 여름이 좋다. 더위 만 조금 참아 내면 모든 것이 풍부하다. 과일이며 먹을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그 중에서 옥수수가 있어서 여름이 더 좋다.
올해 농촌봉사활동은 괴산군 장연면에 대학 찰옥수수 농가로 갔다.
옥수수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농가엔 남 녀 고등학생 넷과 할머니가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힘쓰는 일과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할머님이 하시는 일은 옥수수 사주팔자를 보아서 시집을 보내는 것이란다.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여유를 보여 주신다.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의 크기로 알맞게 영근 옥수수는 도시로 시집을 보내고 덜 익었거나 너무 익은 것은 한옆으로 열외 시키는 일이다.
처음엔 말도 안하던 학생들도 내가 먼저 농담도 하고 말을 시키니,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 일하고 낮 시간에 조금 쉬었다가 오후3시면 다시 나가 해 질 때 까지, 숨이 넘어간다. 마치 어린애들이 엄마한테 고자질하듯 고해바친다. 잘생긴 원태는 오전에 논에서 풀 뽑는 일을 하다가 거머리에게 물려 빨간 반점이 생긴 종아리를 보여주며 신이 났다. 남자의 자존심으로 이를 악물고 참았다나. 상기된 얼굴이 얼마나 귀엽던지, 그래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도와 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학생들이 참 대견하다.
옥수수 사주팔자를 보시던 할머니는 일손이 부족하여 걱정 이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열외 시켰던 옥수수를 삶아 함지박에 이고 오시고, 또 다른 할머니는 더운 날씨에 애썼다며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오셨다. 사흘 만에 학생들 마음의 키가 한 뼘은 더 커진 것 같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