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원인

모 기업에서 약 2년간을 재직하다가 보다 나은 직장을 갖기 위해 퇴직을 한 젊은이가 있다. 결혼을 하고 부부가 함께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었는데 그들은 계획에 없는 임신을 하여 공부를 포기하고 도중에 귀국했다. 아이는 귀국 후 곧 태어났지만 아이 아빠는 아직도 실직상태다. 부모님이 살림을 내어주고 현재는 생활비를 대 주는데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편치 않은 심정이란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으면서도 원치 않는 임신이었다는 말을 여러 번 하기에 귀한 생명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면 못쓴다고 넌지시 충고를 했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이다. 그 시절은 오히려 산아제한정책을 펴던 시대이다. 남성들은 수술 시 예비군 훈련면제의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한국의 이 정책은 중국과 더불어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불과 2~30년 후를 생각하지 못한 개발독재시대 발상의 산아제한은 우리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고야 말았다.

산아제한은 원래 여성의 건강을 지키고 권리를 찾기 위한 여성운동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마거릿 생어(18883~1966)이다. 그는 아일랜드 이민 2세인 노동자 집안에서 11남매 중에 6번째로 태어났는데 19번의 임신과 11명의 아이를 낳았던 그의 어머니가 49세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망했다. 이런 이유로 산아제한의 필요성을 느꼈고 1916년에 최초의 '산아제한클리닉'을 열었다.

근래 우리나라의 젊은 층의 사람들은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추세이다. 또한,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 역시 꼭 필요하지 않다는 가치관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의식은 우리나라의 출산율(1.19명)이 세계 평균 출산율(2.5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높은 사교육비와 자녀 양육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보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이 스스로 애를 낳기 꺼린다는 것이다. 여성은 일과 자녀의 양육을 동시에 잘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반복적인 출산이나 육아로 휴직할 경우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게다가 대부분 직장에서는 기혼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반기지 않기에 2세를 포기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부부가 맞벌이해야 어느 정도의 윤택한 생활을 유지하는 요즘 현실에서 계획된 결혼, 출산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의 노령화와 노동력의 부족 등의 문제가 야기되어 국가 경제가 퇴보한다는 것이다.

지자제마다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준다고 홍보를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 대세이다. '아이는 돈이다.'라는 의식은 결부되어 있고 실제로도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 시키는 데는 엄청난 돈의 드는 것이 현실이다. 막상 출산을 한다고 해도 육아에 들어가는 고비용에 대한 염려와 마음 놓고 출산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여성에게만 강요하고 출산장려책을 펴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먹을 것을 스스로 가지고 태어난다.'라고 하던 예전 말은 '가난의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 라던 시절에 알아서 먹고 살라는 뜻으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은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에서 그런 말을 하여 국민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4년간 계속 기록되는 세계 최저치의 출산율을 극복해보자고 사회 전체가 나선다는 점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저출산의 문제는 여러 가지의 원인을 내포한 문제이므로 행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교육제도와 사회인식 변화 등의 다양한 노력이 모여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두리 뭉실하게 이와 같은 발언을 했으니 누가 그 말에 동조할 것인가.

아이 낳기 좋은 세상운동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기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운동이 더불어 추진되어야 할 것이고, 출산장려정책은 양육지원정책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옥자
청주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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