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떤 브랜드에서 '옷차림도 전략이다', 라는 카피로 광고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략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옷차림이 현대인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현대 생활에서 의식주는 이미 생존의 기본조건이라는 애초의 정의를 넘어서 있다. 무엇을 먹고 어디에 살며 어떤 옷을 입느냐 하는 것은 개인이 자신의 고유성을 드러내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삶의 스타일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집은 경제적인 기준으로 구분이 되고 음식은 웰빙이라는 공동 화제로 흐름의 주류가 형성된 것에 비해 옷은 상당히 사적이고 복잡한 양상을 띤다.

계절에 따라 용도에 따라 자신의 체형이나 나이에 따라 치수부터 선호하는 색깔이나 디자인, 가격, 브랜드에 따라 그리고 유행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 그렇게 많은 기준들을 다 적용해서 사려고 하면 정작 살 수 있는 옷이 있기는 있을까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우선순위의 기준을 세우거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옷을 구입한다. 패션 잡지나 tv프로를 참고하기도 하고 아예 누군가 자기 대신 판단을 해 줄 사람과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사고 싶은 디자인은 있는데 치수가 안 맞는다든가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든가 이미 주변의 누군가가 같은 옷을 가지고 있다든가 집에 있는 다른 옷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든가 애인이나 부모님이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내 경우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옷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내게 어울리는 색은 내가 싫어하는 색일 때가 많은 것이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고민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고민의 순간들은 자잘해 보이지만 생활에 활력을 주는 즐거운 고민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따금 옷을 고르는 기준이 자신 안에 있지 않고 자신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입을 열면 듣도 보도 못한 명품 이름을 줄줄 내뱉는다. 그런 사람을 보면 사람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옷이 사람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옷은 분명 자신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옷차림이나 겉으로 보여 지는 것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면 혹은 그 겉모습이 자신의 모습 중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면 그건 어쩌면 슬퍼해야 할 일이 아닐까? 사람은 대개 명품을 걸친 사람보다 명품보다 빛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법이다.

▲ 오영임
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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