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준
충북청소년상담지원센터 사무국장

197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과 동일하였다. 즉, 동네에서 어른들이 동네 아이들을 부모의 입장에서 지도하고 훈계하는 장면을 익숙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이러한 지도와 훈계가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이웃 어른이 동네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을 부모의 입장에서 지도하거나 충고할 때 청소년들이 이를 부당한 간섭이나 부적절한 행동으로 받아들여 거부하는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된다. 심지어는 청소년의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거나 충고했다고 해서 청소년에게 봉변을 당하는 어른들도 언론을 통해서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더라도 아예 남의 집 아이의 행동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등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리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어 안타까움과 걱정스러움을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야기 시키는 배경에는 어른의 권위 약화와 청소년의 효능감을 증진시키는 사회문화적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어른의 권위 약화를 보면, 과거 전통 사회에서는 어른의 권위를 형성하는데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대가족 제도는 질서를 중심으로 한 제도로 어른의 권위를 토대로 운영되며, 농업이 중심이었던 사회에서 어른들은 숙련된 전문인으로 인정받았으며, 관혼상제와 같은 가정 및 동네의 의례는 어른의 주도하에 어른 중심으로 전수되는 지식과 관례에 의해 집중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른의 권위가 밑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예컨대, 미디어의 발달로 미디어에 출현하는 출연자들은 청소년 자신의 부모와의 비교 대상자로 등장하면서, 비교를 통해 자신의 부모가 보통의 어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편화는 새로운 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열등감을 가져다주었으며, 상대적으로 청소년들에게는 어른에 대해 비교우위적 효능감을 심어주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제 청소년들은 더 이상 어른의 복사판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정보화 시대에 주체적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어른이 사회문화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변신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이들에게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흐름에서 기존의 사고방식과 문화적 생활 방식을 고집하고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그 자체로 퇴보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변할 것은 변화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발전의 길이다. 이제 어른들은 스스로 자신의 사회문화적 위치와 역할을 점검하여야 할 때이다. 그리고 후세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값진 전통은 물려주려 노력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폐해는 버려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과 나이라는 허울을 벗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해 대화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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