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영
학생교육문화원 문화관리부장

지금은 타고 다니는 일이 보편적이어서 자가용 승용차가 흔하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걷는 일이 기본이었다. 유년시절 초등학교 때는 십오리 길을 걸어서 다녔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까지 이십 여리 길을 통학 했으니 자전거는 가까이 있는 친구이며 재산 목록 1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지 않고 자전거를 탔다. 작은 체구에 페달을 밟으려니 그 모습은 가관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도로는 비포장 길이었고 자전거는 낡은데다 힘에 겨웠다.

통학 길 중간 지점인 고개를 넘을 때는 공동묘지가 있어 무서운 마음에 머리가 솟고, 등에서는 진땀이 흐르도록 학교까지 단숨에 내달리곤 했다.

이렇듯 가난의 산물이었던 자전거가 소중했는데 요즘은 진가를 발휘하고 있어 적이 기쁘다. 녹색 경제, 녹색에너지 등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른바 '녹색' 정책을 앞세워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녹색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한 문제가 많은 관심을 끌면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점과,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자전거이다.

이제는 각 지자체가 나서서 자전거 도로를 신설하는 등 시민이 편히 자전거를 애용할 수 있도록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서 강조하면서 지난달 손해 보험사들이 자전거 보험 상품을 일제히 출시하기도 했다.

자전거가 건강에 좋고 경제적이며 환경 친화적인 녹색 교통수단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청주를 '맑고 푸른 도시(clean & green city)' 이름 그대로의 '淸州'로 만드는데 가장 기여할 '탈것'이 자전거라는데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전거 도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편적으로 보고 듣는 간접체험으로 기존의 자전거 도로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직접 타보면서 몸과 마음으로 느낀 경험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자전거 도로도 좋지만, 생활자전거 도시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도시민의 삶 속에서 보행과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가치관의 전환 노력을 시민의식 전환 운동으로 전개한다.

또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의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도록 환경기준에 대한 조례제정을 서둘러야 하겠다. 그 밖에 지도층 인사의 자전거 이용, 보행환경 및 자전거 이용 저해요소에 대한 계도와 지속적 단속, 활발한 자전거 타기 운동 전개로 분위기를 조성한다.

청주를 자전거 친화형 도시로 선포하고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시민을 자전거를 '타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이벤트성 행사를 집중적,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이와 병행해 교육, 홍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조사, 연구 및 프로젝트 디자인, 추진협의회 구성과 경찰과의 협의체계 강화, 시민 협조를 통한 자전거 이용 시설의 유지관리를 들 수 있다.

'자전거 도시·淸州'는 전문가나 행정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고 다듬어 가는 것이 바르고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꾸준한 생활 속의 자전거 타기를 통해 청주를 사람 중심의 자전거 친화형 도시로, 살맛나는 도시로 자전거 물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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