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사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도둑의 시선을 주의해야하고 고양의의 습격 또한 만만히 대처할 일이 아니다. 청주가 도시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택가 주변엔 고양이가 많다.

수시로 담을 넘나들며 단골 걸객이 된지 오래다. 정원에서 낮잠자기, 지하실에서 밤샘하기는 예삿일이 되었다. 컴퓨터 방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창밖을 내다보다 마주치는 고양의의 눈빛엔 사람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지난 겨울엔 보일러실로 통하는 뒷 계단에서 대 여섯 마리 새끼를 낳아 기르기까지 했다.

날마다 울어대는 것이 어린아이 울음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헌데 그 울음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하라고 창문을 열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미고양이가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먹을 것 좀 달라는 눈빛이었다.

고양이는 태어날 때부터 입에 가시를 달고 나올 정도로 육식을 좋아한다. 고기를 먹지 못하면 눈이 먼다.

창조주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도록 먹이를 주셨는데 인간이 쥐의 씨를 말렸으니 고 양이는 고기구경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새끼를 낳고 먹지 못하는 어미고양이가 안쓰러워 고등어 토막을 던져주었다. 참치통조림과 멸치부스러기도 주었다.

내 깐엔 꽤나 융숭한 대접이었다. 한동안 고양이 울음이 들리지 않아 모두 떠난 줄 알았다.

메주콩을 삶아 지하실에 둔 담북장이 발효됐는지 확인하러 지하실에 들어가다 나는 기겁을 했다. 새끼고양이들이 따뜻한 담북장 위에 살을 맞대고 누워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다가가자 쏜살 같이 도망쳤다. 마음이 찝찝해 잘 익어가는 담북장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고양이들이 괘씸하기도 했지만 모진 세월 살아가는 것은 고양이나 인간이나 같다는 생각을 하며 웃고 말았다.


▲ 김윤재 청주ymca 홍보출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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