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체험은 여행의 흥취와 유사하다. 왜냐하면 예술은 너무나 진부한 일상을 신선하고 특별한 설렘으로 변용시켜 새롭게 보게 만드는 여행의 통찰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현대예술은 일상 속에 내재된 신선함을 찾아가는 여행의 속성을 담고 있다. 따라서 예술이나 여행의 가치는 진부함에 빠져 제자리걸음 상태의 일상을 다시금 창조적 감각으로 되돌아보게 만드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예술은 보다 다양한 빛깔의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여 새로운 문화예술적 진화를 가능케 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지닌다. 그러므로 당연히 현대 예술가는 존중되어야 할 존재로 봐야 한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비효율적인 존재이자 사회 부적격자 취급을 받으며 늘 배고프다.
물론 소수의 예술가들은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경제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창작활동 등의 위축은 물론 생계의 위협을 당할 정도로 어려운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예술창작공간에 대한 지원 정책은 매우 흥분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얼마 전 문화부와 문화예술위원회는 2010년 예술지원정책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그 내용의 요지는 안정적인 예술가의 창작 여건을 만들어 주고자, 기존의 사업별 생계보전형 지원을 창작공간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는 현금지원같은 직접적인 지원방식보다는 공연장·전시장· 집필실과 같은 창작공간 지원으로 예술가들의 작품 창작을 위한 자생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예술가의 창작 공간에 대한 임차보조금 지원, 공연예술 및 시각예술 전문공간에 대한 운영비 지원, 공연장 상주예술단체 육성 등이다. 이러한 예술지원정책의 방향성 전환과 세부 추진 계획은 예술 창작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갖춰나가는 든든한 첫걸음이자 새로운 여행으로 평가될 수 있다.

지원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 힘입어 서울 동숭동의 '대학로'에 예술지원센터가 설치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구상은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로 사용되는 기존의 예술위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지원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로'에 걸맞는 매우 바람직한 계획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학로'가 어떤 곳이던가? '대학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순수한 학문적 열정이다.

순수하다는 것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청년 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정신은 자기 자신의 예술적 표현의지를 세상 풍파와 상관없이 추구해나가는 예술가적 감수성과 닮아있다.

그러므로 대학로와 예술은 사이좋은 이웃과 같기에, '대학로'에 설치될 예술지원센터 같은 창작지원 계획은 척박한 예술생태계의 토양을 풍성하게 만드는 반가운 단비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이 위치한 자양동에 '대학로'가 생긴다고 한다. 현재 자양동 '대학로' 조성을 위해 전봇대를 지하로 매설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led가로등으로 빛나는 인도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자양동 주민센터가 멋진 건축 디자인으로 건축되었을 뿐, 나머지는 여전히 상업시설로만 가득하다. 그래서 '대학로'에 대한 계획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대학로'와 걸맞는 예술창작공간에 대한 세심한 배려 담긴 계획안을 아직 찾지 못했다. 물론 이벤트 성격으로 대학로의 문화예술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계획은 엿보인다.

하지만 예술생태계의 토양이 될 예술창작공간에 대한 계획은 너무나 미흡하기에 걱정이다. 왜냐하면 대학로가 진정 청년정신으로 미래로의 진취적인 열정과 생명력을 끊임없이 생성해나가기 위해선 예술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섬세한 전략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센터 뿐 아니라 예술지원센터 그리고예술인이 상주하면서 창작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레지던스형 창작 공간'이 대학로의 조성과 병행하여 추진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싶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앞으로 자양동 '대학로'로의 여행은 진부한 일상을 벗어나 창의적 흥취로 가득한 예술생태계로의 여행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대학로 조성 계획의 특별한 보완을 기대해 본다.

▲ 김영도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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