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 무너진 기대감

미디어 관련 법안을 두고 여야의원들이 몸으로 부딪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뉴스를 통해 방송됐다.

그동안 여야의 입장을 달리하는 법안통과가 있을 때 마다 자주 봐온 모양들이지만, 이날 특히 눈에 띄게 들어온 장면이 있다.

그것은 한 여성의원이 다른 여성의원인지 보좌관인지 아마도 의원인가 싶은데, 단상 앞쪽에서부터 일방적으로 끌려 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들어온다.

특히 점잖은 여성들이 엉켜서 밀고 당기는 모습은 통상 보던 장면이 아니어서 눈길을 끌었던 것인데, 우리 정치현실의 단면에 또 실망을 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 정치인에게 가졌던 특별한 기대감이 역시나 하는 탄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즉, 정복, 빠름, 위협, 가부장적임 등으로 통칭되는 남성성 위주의 조직속에서 평화, 안정, 소통으로 대변되는 여성성이 온전하지 못하고 남성성에 휩쓸려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지식정보화사회로 갈수록 강력한 리더쉽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소통과 통합을 중시하는 리러쉽이 필요하다. 이제는 근육을 쓰던 힘 위주에서 두뇌를 쓰는 것으로 시대가 변화했고,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 경제적, 사회적 진출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여성성은 전쟁과 갈등, 분쟁을 유발한 남성 중심의 정치지형을 평화와 소통 중심으로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100% 남성 또는 여성은 없다고 한다. 남자나 여자라고 할 때, 남성성과 여성성이 각각 60%대면, 성정체성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며, 남성은 여성을 적어도 40%가량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조차도 남성성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는 것 보다는 적당한 비율로 있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겠다.

그동안 정치분야에서는 여성의원이 증가하고, 각 상임위원회 등에 참여하여 의회내에서 여성들이 예외적 존재에서 소수집단으로 유의미한 위상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정치인이 직면하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한데, 남성을 중심으로 연대하고 정치자원이 배분돼 온 정치조직 전반의 가부장성은 존재하고, 초선에서 초선으로 교체되는 양상은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여성 정치자원의 연속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정치력이 구성되고 축적될 수 있는 공간이 단절되고 있다.

여성에 기반한 다양한 정책 수립과 해결 뿐만 아니라,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평화와 공존과 소통으로 상징되는 진정한 여성성을 확장시켜서 사회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하겠다.

▲ 정창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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