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6장 자반 고등어

"아이구 어매! 이 일을 워쩐댜. 만약 그릏게만 된다믄 쌀 열가마니를 더 내 준다고 해도 아나도 안깝구먼. 쌀 열가마니가 문제가 아니지. 땅이라도 및 마지기 줄 수도 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겄지?"

들례는 꼬막네의 말에 금방이라도 이동하의 첩이라도 된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흥분했다.

"허긴, 면장댁의 며느리가 된다믄 돈 및 마지기가 대술까. 하지만 그릏게 되기는 쉽지가 않을껴. 개를 죽이는 건 쥐약 처바른 멸치만 주믄 끝나지만 옥천댁의 방에 못질을 하는 건 명분이 읎잖여."

"오……옥천댁 방에 못을 박다니? 그기 먼 말이여?"

"산모 방에 삼일 안에 못질을 하믄 어린아 눈이 먼다는 말 못 들어 봉겨?"

"드……들어 보기는 했지만, 누가 그 방에 들어가서 못 질을 한댜? 괭이 꼬리에 방울 다는 거이 났지."

"그래서 방법은 있기는 한데 어렵다고 하는 말이잖여."

꼬막네는 할 말은 다 했다는 얼굴로 말을 끝내고 나서 설탕을 싼 푸대종이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방법이 영 읎지는 않을껴. 사람이 하는 일인데 뭐를 못하겄어. 암, 반드시 방법이 있겄지."

들례는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옥천댁이 오늘 당장 출산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시일이 남아 있느니 식음을 전폐하고 방법을 찾으면 그럴듯한 묘안을 찾아 낼 것이라는 생각에 차갑게 웃었다.

모산 앞들에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둥구나무 밑 그늘은 동네 아이들 차지다. 작게는 이제 막 걸음마를 띠기 시작한 돌베기부터 많게는 일찌감치 퇴비 한 짐을 거름간에 베어다 놓은 열일고여덟 먹은 소년들까지 뛰어 다니고 깨금을 뛰며 떠드는 소리가 와글와글 거린다.

깡통차기를 하는 아이들의 술래는 양 손으로 가린 얼굴을 둥구나무에 머리를 기댄 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반복해서 외우고 있다.

아이들은 술래가 무궁화꽃 피었습니다를 외는 동안 와르르 흩어져서 꼭꼭 숨는다.

둥구나무 위로 올라가 숨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멀리 가지 않고 둥구나무 반대편에 숨어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킥킥거린다. 어느 아이는 김춘섭의 집 앞에 있는 나무동가리 뒤에 몸을 숨기고 삐죽이 얼굴을 내밀어 술래의 동정을 살핀다. 박태수의 집뒷간이나 헛간에 숨는 아이들도 있고, 골목 안으로 뛰어가는 아이도 있다.

마부리를 치는 아이들은 땅에 열십자로 파 놓은 구멍 앞에 쪼그려 앉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 코스를 노려보고 있다. 너럭바위에는 진규하고 황인술의 둘째 아들 광성이 마주 앉아서 산딱지 따먹기를 하고 있다.

고무줄을 하는 계집아이들은 떳다떳다 비행기, 날아라. 높이높이 날아라. 라고 합창을 하면서 일단, 이단, 삼단 하는 식으로 고무줄 높이를 무릎에서 장딴지, 허벅지 허리 순으로 올리고 있다. "너, 내 딱지 다 꼬를 때까지 쳐야 햐."

광성이가 화토를 치듯 딱지를 척척 쳐서 두 몫으로 나누어 엎어 놓았다. 진규 앞에 있는 딱지는 삼백 장이 넘어 보인다. 그 중에서 적어도 이백오 십장은 잃은 것이다. 진규하고 딱지를 치면 열 번 중에 여덟 번은 잃는다. 오늘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따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결과는 참패 쪽에 가깝다.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난 목소리로 내 뱉았다.

"즈녁먹을 때까지만 할거여. 어머가 늦게 오믄 즈녁 안 준댜." 진규는 자기보다 한 살 많은 광성이 내려놓은 딱지 몫을 노려본다. 두 몫을 잠시 노려보다가 왼쪽 몫에 삼십 장을 세서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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