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노 대통령에 건의

정치적 악용·선의의 피해 소지 많아 개선 돼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노재동 서울 은평구청장)가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민 소환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법률 개정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보고회에서 "지난 5월25일부터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주민소환제가 시행되면서 현재 경기도 하남시장을 비롯해 여러 자치단체에서 주민 소환이 검토·진행되고 있다"며 "현행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은 청구 사유가 명시되지 않아 주민 소환이 남발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아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주민 소환 때 법에 명시된 청구 사유 규정이 없어 무제한 청구가 가능, 정치적 경쟁자나 특정 이익 단체의 조직적·계획적인 소환 요구로 악용 또는 남발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또 청구 사유가 없어 자치단체장의 독선적 행위, 부도덕성 등의 이유를 붙인 무분별한 소환이 진행돼 분열과 대립이 격화될 소지가 있는데다 소각장과 화장장 등 혐오 시설을 유치하려는 단체장은 소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지역 이기주의 확산과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 집행이 예상된다.

특히 소환 요건을 갖추게 되면 주민소환 투표안 공고 때부터 투표 결과 공표 때까지 20∼30일 이내 단체장의 직무가 정지돼 장기간 행정공백이 우려되고 부결 또는 소환투표 자체만으로도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정치적 상처와 피해가 우려된다.

더욱이 주민소환 대상자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국회의원 제외) 만을 대상으로 해 같은 지역 주민이 선출한 국회의원과 단체장·지방의원 간의 법적용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주민소환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악용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주민소환 요건을 강화하고 청구 사유를 명시하거나 예외 조항을 둬 사회적·경제적 낭비와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민소환 투표안 공고 때부터 소환 대상에 대한 권한중지 조항을 삭제, 장기간 행정공백을 방지하고 선의의 소환 대상자에 대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문제점을 보고하고 주민소환제의 보완 등 법 개정을 건의했다. /김헌섭기자 weddi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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