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6장 자반 고등어

▲ <삽화=류상영>

박태수는 상규네하고 왈가불가해 봐야 결국은 상규네에게 밀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고등어 대가리를 들었다. 그것을 상규네의 양푼 그릇에 던지듯 내려놓고 밥그릇을 한 손으로 가린다. 상규네가 고등어 대가리를 도로 자신의 밥에 얹을 것을 염두에 둔 행동이다.

"돈 및 푼 벌었다고 탁베기 사마시고 싶으믄 탁베기 마시고, 고등어 비린내 맡고 싶으믄 고등어 사오고, 권련 사 피우고 싶으믄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배짱 좋게 권련 사 피우믄 언지 돈 모아서 언지 인숙이까지 자식들 공부 갈킨대유?"

"옛말에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고 했어. 하루 새끼 굶지 않고 먹고 살믄 그만이지. 우리 행편에 자식들을 중핵교를 보내겄어? 아니믄 고등핵교를 보내겄어."

박태수의 말에 상규가 보리밥을 입안이 미어터지도록 집어넣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유? 당신이나 내가 다리가 없슈? 아니믄 팔이 읎슈. 두 눈 멀쩡히 뜨고 있으믄서 자식 공부시키믄 안 된다는 벱이라도 있다는 거유?"
상규네는 고등어 대가리 중에서 살점이 있는 부분을 때서 박태수의 손을 치우고 그의 밥 위에 얹어준다.

"말은 쉽지 요새 중핵교 입학금이 얼맨줄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여?"

박태수가 못 이기는 척하고 상규네가 밥 위에 얹어준 고등어살점을 맛있게 먹으며 물었다.

"내가 이 골짝에서 농사나 짓고 밥이나 해 먹고 상께 아주 등신으로 보는 모냥이구먼. 내가 그 요량도 안하고 중핵교 운운하는 줄 알아유?"

"알믄 됐고."

현재까지 모산에서 중학교를 간 사람은 없다. 이동하가 지금의 영동국민학교가 보통학교 일 때 졸업을 했을 뿐이다. 그 다음으로 학교 문턱을 밟은 사람이 구장을 보는 황인술과 오씨가 보통학교를 다니다 그만 둔 것이 전부다. 요즘 크는 아이들 중에는 이동하의 첫째 딸인 애자가 대전에서 중학교를 다닌다. 박태수는 이동하하고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내 말을 우습게 생각하시는 모냥인데, 두고 봐유. 난 세상이 두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막둥이 까지 고등핵교를 보내고 말팅께."

"능력만 된다믄이야 그 보다 좋을 수는 읎지. 대관절 인숙이가 고등핵교가믄 몇 년을 지달려야 하능겨. 빨라도 십육 년은 지달려야 하잖여. 그 때가 되믄 내 나이는 그만두고라도 상규는 서른 살 이겄구먼. 상규야 넌 암만해도 니 엄마한테 고등어 읃어 먹기는 틀린 거 같다. 장가가서 니 식구한티나 고등어자반을 읃어 먹을 수벢에 읎겄다."

박태수는 고등어찌게 국물에 밥을 비벼서 우걱우걱 퍼먹고 있는 상규를 바라본다.

"어머한티 고등어자반은 못 읃어 먹어도 오늘처럼 무수는 읃어 먹을 수 있겄지."

상규는 친척이 오는 날 등 특별한 날이나 먹을 수 있는 고등어냄새 풍기는 국물만 있어도 밥맛이 꿀맛 이다.

"어머, 우리는 일하는 사람이 광성이네 보다 두 명이 많잖여. 광성이네는 광성이 어머하고 아부지만 일을 하는데, 우리는 할아부지하고 할무니도 계시잖여. 근데 왜 사는 거시 광성이네 하고 비슷한지 모르겄어."

박태수와 상규네가 하는 말을 흘끔흘끔 엿듣고 있던 진규가 고등어찌게 국물에 밥을 비비다가 불쑥 물었다.

"그걸 나한테 물으믄 워쪄. 잘난 아부지한테 물어 봐야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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