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6장 자반 고등어

▲ <삽화=류상영>

"즈녁때 못 먹어 보던 고등어 대가리를 먹더니 증신이 나갔나? 차라리 면장님 바지 속에 있는 물건을 뵈 달라고 하믄 돈 안 드는 거니께 그게 빠르지. 그 냥반이 멀 믿고 나같은 놈한티 그 비싼 소를 달랑 내 주겄어. 요새 부릴만한 소 한 마리에 십만 환씩 한다는데?"

"소하고 달구지를 외상으로 주신다믄 앞으로 삼 년 동안 공짜로 일을 해 준다고 해 보셔유."

"먼 일을?"

"학산 방아 찧으러 갈 때나, 소 부릴 일 이 있을 때나 당신이 일당을 안 받고 공짜로 해 준다고 하믄 얼싸 좋다고 승낙하실거유. 생각해 보셔유. 당장 외양간을 치울라믄 그냥 치워유? 놉을 읃으믄 돈이 들어가잖유. 쇠죽 끓이는 건 쉬워유? 아무리 점순이가 있다고 하지만 일년 삼백육십오일 동안 조석으로 쇠죽을 끓여대는 것도 보통일은 아닐뀨. 아까도 말했지만 그 집 마당이 여간 깨끗한 것이 아니잖유. 외양간 냄새만 읎다믄 절간보다 깨끗할뀨. 문제는 소하고 달구지 값인데, 그건 해매다 도조를 줄 때마다 이삼 년 동안 나눠서 갚는다고 하믄 틀림읎이 냘이라도 당장 소하고 달구지를 끌고 가라고 할뀨. 솔직히 그 집에서 소 키워서 돈 벌라고 하는 건 아니잖유. 내 말이 틀렸슈?"

"그릏게 해서 소를 끌고 왔다고 쳐. 도조 때 마다 소하고 달구지 값을 쳐줄라믄 보통 심들기 아닐거잖여. 그람 당장 소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야박하게 동리사람들 한티 돈을 받고 소를 빌려줄 수는 읎는 노릇이잖여. 설령 돈을 받고 소를 빌려준다고 해도 일 년 내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박태수는 상규네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려왔다. 이병호의 성격으로 볼 때 도랑 치고 가재잡은 일을 마다할 리는 없다. 논을 열 마지기나 도지를 줄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 소한마리하고 달구지 한 대 내주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았다. 말만 잘하면 상규네의 말대로 소를 끌고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상규네를 향하여 돌아앉았다.

"달구지에다 장작을 얼매나 실을 수 있슈? 내가 알기루는 대 여섯 강다리는 충분히 실을 수 있을 거 같은디."

"나무는 뒷산에서 깔쿠리로 북데기 긁어내듯 박박 긁어 오믄 되는 거여?"

박태수가 구미가 당기기는 하지만 끝까지 들어 보자는 얼굴로 말했다.

"달구지를 어둠골 골탕 초입까지는 끌고 갈 수는 있잖유. 그라믄 최소한도로 두 행보는 할 수가 있슈. 솔직히 범골에서 나무를 지고 시오리 길을 오는 것이 심들지, 나무를 하는 기 어려운 거는 아니잖유. 철용이 아부지야 시간이 남아돌아도 집이 까지 지고 올 수단이라고는 지게벢에 읎응께 한 짐만 하고 앉아 놀 사이에 당신은 서둘러서 한 행보를 더 해도 된다 이거유."

"그릏다고 쳐."

박태수는 점점 재미있어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신이 두 행보를 하는 동안 철용이 아부지는 앉아서 놀믄 뭐 하겄슈. 그릏다고 날이면 날마다 철용이 아부지 나무까지 달구지에 실어다 줄 수는 읎잖유. 그랑께 똑같이 두 행보씩 하자고 그래유. 그 대신 반 강다리를 싹으로 달라. 그라믄 철용이 아부지는 십리 길을 심들지 않게 나무를 해오는 것도 좋은데, 반 짐이나 더 할 수 있응께 두 말 읎이 좋다고 할거유."

"나라도 좋다고 할껴. 그람 우리는 시방보다 한 강다리 반 씩 더 해 오는 셈이 되겄구먼."

"그라고 장날 학산 장보러 가는 사람들을 당구지에로 태워다 주믄 다믄 얼매씩은 받을 수 있잖유."

"허!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고 말지. 눈만 뜨믄 얼굴 마주보고, 그 집구석 숟가락이 몇 개 인지 뻔히 알믄서 돈을 받아?"

박태수가 그건 곤란하다는 얼굴로 두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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