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요함을 잃고…

2009년 들어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무소불위의 대통령직에 있던 분들도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얼마 전 영화배우 최진실이 생을 마감하더니 영화배우 장진영이 위암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사악함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눈망울이 초롱초롱 동심을 담은 듯 꽃사슴 같은 선한 삶을 사는 사람도, 대나무처럼 올곧은 삶을 추구했던 사람도, 버드나무처럼 시류만 쫓으며 산 사람도 언젠가 죽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처럼 생전에 국민적으로 존경을 받아 그의 죽음이 안타깝게 생각되는 분들이 있는 반면, '저 놈 자~ 알~ 뒈졌다, 저런 놈은 왜 안 데려 가냐'며 눈에 쌍심지를 돋게 하는 사람들도 있듯 그 살아온 양태는 천차만별이지만 결국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려고 온 천지를 뒤졌지만 그 역시도 죽음 앞에는 어쩔 수 없었듯이 무소불위의 권력과 재력을 지닌 막강한 사람도 언젠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는 막강한 권력가나 재력가들, 민초들 가릴 것 없이 죽음 앞에선 누구나 그저 자연인일 뿐임을 깨닫게 합니다. 영원한 건 없다던 말이 새삼 가슴에 다가옵니다.

우리 사회는 배금주의가 팽배해 어떻게든 돈을 벌고자 혈안이 되어 다들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지, 안한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앞만 보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오직 포만감만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빈 공간의 중요함과 조금은 부족한 듯 느끼고 사는 삶의 중요함을 잊고 삽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죽음을 맞이할 텐데 말입니다.

요즘은 돈이나 권력, 뒷배나 변변한 직업이 없으면 사람 취급 제대로 받기 어려운 세상이다 보니 부모들은 자신은 희생하면서도 자식 공부에만은 전력투구 합니다. 그래서 부부가 자식 때문에 따로 멀리 떨어져서 독수공방도 마다않는 기러기 아빠들이 늘어만 가고 이 때문에 파탄 나는 가족들도 늘어만 갑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점점 성적과 학벌 지상주의로 몰입되어 가고, 부모들은 자식이 어떻게든 명문대 나와서 높은 지위에 오르고, 성공하기를 염원해 자기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지만 이렇게 얻은 지위와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뿐더러 남들보다 가진 게 많으면 풍족한 생활을 할 수는 있어도 단지 가진 것만으로 성공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요즘 기성세대들은 올바른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해 자식들에게도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고 그렇게 가르칩니다. 정당하고 바른 과정을 통해 성공하려는 마음자세를 가르치지 못하면 극도의 이기주의로 인해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 질기게 못된 짓만 해서 비난과 힐난을 받아도 나 몰라라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들녘의 잡초처럼 흔하고 보잘 것 없지만 서로를 보듬는 이웃사랑으로 서로 나누는 사람, 외형적으로 크게 잘난 것 없고, 가진 것 없지만 가슴 따뜻한 넉넉함으로 한 세상을 살다가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90을 넘긴 노모의 정신과 육체가 점점 힘겨워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누구나가 맞이할 죽음 앞에서 그래도 남에게 못 할 짓 안하고, 한 평생 잘 살다 간다는 말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새삼 깨닫습니다.

포식자의 사고는 열 손가락도 부족하지만 결국은 죽음을 회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나한테 남은 삶이 얼마 만큼인지 모르지만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기에 언제가 다가올 죽음 앞에 사는 동안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 김태철
청주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