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6장 접시꽃이 피어 있는 풍경

▲ <삽화=류상영>

꼬막네가 단정을 짓듯 말하고 들례를 노려본다. 들례도 얼굴을 피하지도 않고 마주 노려본다. 보통 여자 같았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거나 눈썹을 내려 까는 것이 보통이다.세모꼴로 서 있는 눈빛을 볼 때마다 들례의 몸에도 신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똑똑한 신이라면 들례는 벌써 마당에 오방기를 꽃을 팔자다. 그렇다고 맹탕 허주신도 아니다. 어느 정도는 기가 있는 신이라서 들례의 몸 상태에 따라서 들쑥날쑥거리며 붙어있는 신인 것 같았다.

허긴, 신이 들리지 않았으면 근본도 모르는 주제에 부면장의 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를 쓰지도 못할 거여.

들례가 신이 들었다고 해서 두려울 것은 없다. 오히려 겁이 없으니 비방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말을 들어서 데리고놀기가 쉬울 뿐이었다.

"유산이 심들다면 아를 낳을 수벢에 읎다는 거여? 그것도 지지바가 아니라 머스마를?"

"워틱하겄어. 최영장군님이 그릏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람, 시방까지 쌀을 열댓 가마니나 들여서 비방을 한 거는 죄다 헛지랄이란 말여? 그기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능겨? 내가 사내라면 니나노집에 가서 상 뚜들기고 기생 껴안고 뒹군 폭이라고 치기나 하지. 멀쩡히 두 눈뜨고 앉아서 열댓가마니 쌀을 까 먹고도 등신처럼 앉아 있으라믄 내가 가만 있을 거 가텨?"

"허어! 무엄하게 헛 지랄이라니. 안직 아가리가 살아 있는 걸 봉께 이 집구석에서 당장 이라도 다리몽뎅이가 부러진 몸으로 쫓겨나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구먼."

"내 말은 그기 아니잖여…… 옥천댁이 아들을 낳는다면 비방을 쓰고 싶어도 더 이상 필요가 읎고, 이 집구석에서 보따리 하나 들고 쫓겨나는 건 시간문젠데 먼 말을 못하겄어. 내 말이 기분나쁘게 들렸다믄 대나가나 승질만 내지 말고, 내가 알아듣도록 대답을 해 보란 말여."

들례는 꼬막네의 말에 주춤하다가도 이내 나도 할 말이 있다는 얼굴로 대 들었다.

"우짜믄 이 지랄로 속이 좁을까. 시방부텀 내 말을 똑똑하게 들어 보란 말여.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벱여. 유산을 할라면 옥천댁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유산을 할 가망이 있다는 말일시. 즉, 최영장군님이 아무리 영험한 힘을 가졌다고 하드라도 유산을 할 기미가 있어야 한다는 거여. 행여 유산할께비 샴가에도 안가는 사람한테 백날 유산해 달라고 빌면 소용이 있겠어? 물에 빠져 죽을깨비 접시물도 안 마시는 사람한테 물에 빠져 죽으라고 기도를 해 봐야 소용이 없단 말일시."

"그람 인제 내가 할 일은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삼신할무니한테 비는 일 벢에 안 남았다는 말이구먼."

"허허, 내가 아까 머라고 했남? 분명히 비방이 있다고 하지 않았남?"

"그……그랬지. 그람 아가 낳자마자 죽게 하는 방법이라도 있남?"

"그런 능력은 읎어도 달달봉사로 맨들 힘은 있지."

"달달봉사라믄 그 머여. 눈 뜬 봉사로 맨들 수 있다는 거여. 만약 그릏게만 되믄 우리 승철이한티는 더 잘 된 일이 되는거잖여. 달달봉사도 자식은 자식잉께 멕여 살릴라믄 순전히 우리 승철이가 있어야 항께. 안 그려?"

"쯔쯔……인제서야 내가 먼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렸구먼. 머스마를 낳지 않는 것 보담 더 잘된 일이 될껴. 우짜믄 승철이가 들례를 어머이로 모신다고 나서도 부면장님이 승낙을 하실지도 모를 일이지. 아무리 조강지처라 하드라도 달달봉사를 낳은 여자보담은 집안의 대를 이어 갈 자식을 낳은 여자를 천대하겄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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