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행정구역 자율통합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그 동안 정부와 정치권 중심의 행정구역개편안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은 충분히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자율 행정구역 통합에 따른 지역개발 재정지원 그리고 통합지역 경쟁력 강화와 주민 편의 향상을 위해 엄청난 인센티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재정적 지원은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충북도내 각 시·군의 경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지금 우리가 행정구역 통합을 논의해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지방이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고, 세계는 국가간 경쟁에서 도시, 지역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방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치단체의 경쟁력이 우선이다. 우리가 국토균형발전을 논할 때 지방이기 때문에 배려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자구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자체의 소규모의 경제 구조로는 지역의 독보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다. 그러다보니 누더기 옷을 만들 듯이 이런 저런 일에 손대다 말기 일쑤이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의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성공한 경우도 있긴 하다.

따라서 지방이 경쟁력을 갖고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인구와 경제를 지닌 지자체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의 사회복지, 교육, 의료 등의 수혜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것은 곧 지역발전을 위해 투자할 여력을 갖게 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바탕이 될 것이다. 흔히 말해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다. 잘 사는 지역은 점점 풍요로워지고, 못사는 지역은 빈곤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행정구역 통합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지금 충북도내에서는 지지부진하게 끌어오고 있는 청주-청원 통합을 시작으로 괴산-증평의 통합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통합에 대한 반대가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는 지역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거시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이해득실 때문에 미래에 펼쳐질 청사진을 펴보지도 못하고 말아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닫힌 가슴을 열어야 한다.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엄청난 발전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내의 모든 경제, 금융, 인력이 청주-청원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균형발전이라는 화두도 달성하기 어렵다. 낙후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점점 낮아지고, 인구는 계속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남녀가 없는 지역은 자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남부와 북부권 지역의 기초자치단체들도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괴산군과 증평군의 통합 논의를 시작으로 단양군과 제천시, 진천과 음성군, 보은군-옥천군-영동군의 행정구역 통합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엄청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자율 행정구역 통합을 충북도내 자치단체장들은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그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이 적실히 요구된다. 통합추진 방법은 자치단체장들의 건의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주민들의 건의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주민들의 힘이 강력하게 발휘되어 스스로의 권익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 진경수
충북도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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