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주시청 한 하위직 공무원이 기술사가 됐다. 도시개발과에 근무하는 7급 공무원 최주원씨가 토목 시공 기술사에 최종 합격한 것이다. 기술사는 기능사→기능장→기사→기술사로 이어지는 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 자격증으로 공직 사회 뿐 아니라 민간·공기업에서 활약하는 엔지니어들의 꿈이다.

같은 시기 충남 아산시 시설경영과에 근무하는 송방운씨는 전기, 충북도농업기술원 생활지도사 피정희씨도 식품 분야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단양군 농업기술센터 김학균씨, 영동군 황간면사무소 장진욱씨, 연기군 농업기술센터 임재형씨, 대전시 시설관리공단 김태화·이운영씨, 충남도 건설정책과 송인호씨, 대전시 환경녹지국 정희선씨 등 충청권 공무원들의 기술사 배출이 이어졌다.

공무원들의 잇단 기술사 합격

그들 모두 그리 젊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렵게 시간을 쪼개 수년간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통해 얻은 결과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바쁜 업무를 추진하면서 면학의 길을 걷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게다. 자신들의 일을 제쳐놓고, 시험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술직 공무원들이 잠시나마 한눈을 판다치면 금세 '빈자리'가 눈에 띄고, 업무에 구멍이 뚫리기 마련인데 그런 혜택 주어졌을리 만무다. 승진이나 보직 경쟁이 치열한 공직사회의 현실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고, 동료·후배들의 눈총을 받아가며 제 공부만 매달린다는 게 용납되고 묵인될 수 있었겠는가.

그들 개개인을 알지는 못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이 업무 추진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을 것으로 확신한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자신들이 담당하는 업무에서도 드러났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옛말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고 했다.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추진하지도 못하면서 기술사 시험에 도전했을 리 없고, 그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무관 승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험에 합격해야만 했던 적이 있었다. 십여년 전 일로 사무관 승진이 내정되면 2∼3개월 정도 출근하지 않고 시험 공부에만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당연시됐던 때가 있었다. 한번 떨어지고 나면 다음에도 그 기회를 주고, 많게는 3회까지 같은 특혜를 주던 일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다. 지금은 사정이 어떤가. 특별한 사유없이 연가를 내기는 커녕 여름 휴가조차 제 날짜를 제대로 채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그들은 업무 추진과 면학의 길에 남다른 열정을 쏟은 결과다.

행정서비스 향상으로 연계돼야

공직자들의 학업과 직무에 대한 열의가 곧 창조적인 행정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갖게 한다. 앞서 언급한 공무원들이 취득한 기술사 분야가 대부분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고의 자격증이 공직 현장의 직무와 결합되는 시너지 효과가 바로 행정서비스로 직결되고, 결국은 그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오길 기대하는 것이다. 행정서비스란 용어가 만들어진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1990년대 만 해도 공직 사회는 '권위주의', '높은 문턱', '철밥통'으로 상징되지 않았던가. 공부하는 공직 풍토야말로 변화된 시대에 부응하는 행정서비스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고,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 시대의 흐름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 즉 공부하는 공직 풍토가 큰 힘이 될 것이다. 공직 사회의 면학 분위기가 확산되면 주민들의 수혜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늘어나지 않겠는가. '열공'하는 공직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 김헌섭교육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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