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신용평가 의미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피치와 무디스가 연이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소식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안도가 된다. 영국의 피치는 지난 2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높였다. 지난해 11월 경제위기가 한창 증폭되던 때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지 9개월 만에 원상회복한 것이다. 미국의 무디스도 우리나라의 '더블 딥(double dip)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한다. 경기가 다시 하강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만 전보다 좋게 본 것이다. 금년 들어서만 영국, 일본,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또 지난해 11월 경제위기 초입에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7개국 중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이로서 당시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이유 즉,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 불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은 감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디스가 한국에는 '더블 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전망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경기변동의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 경기회복이 v자형, u자형 그리고 w자형 중 어느 궤적에 따라 이루어질 것인가 대처방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디스의 전망에 따라 우리나라는 v형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sbc도 얼마 전에 한국경제의 회복형태는 v자형이라고 진단한 바 있어 기대감은 더욱 크다.

금융기관들의 긍정적 전망에 따른 효과는 당장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개선되면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도 연이어 하락함에 따라 해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져 애로를 겪었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외국인 투자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직간접의 투자자금이 늘어나면 설비투자의 증가와 함께 소비심리도 살아나 전반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시각 변화와 함께 정부도 경기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초 1분기 및 2분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던 3분기 재정지출을 당초보다 늘려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재정집행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민간투자의 효과가 나타나는 4분기까지 회복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변곡점에 있을 때에는 의지의 강도도 중요하지만, 그 의지의 지속성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경제주체의 투자와 소비는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과 의지에 관한 신호를 시장에 부지런히 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케인즈도 투자는 분석적인 이자율보다는 야성적 충동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했다. 외부의 평가에 안주하지 말고 투자자들이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끊기 있게 보여주자.

▲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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