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6장 자반 고등어

▲ <삽화=류상영>

옥천댁은 시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과 야속한 남편에 대한 원망이 겹쳐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억지로 이불을 개 장롱에 넣었다.

"여하간 몸조심해야 한다. 니 태몽하고 꼬막네 말대로 손자를 낳는다믄 승철이 문제는 새로 생각해 볼 문젱께."

보은댁은 옥천댁의 두 손을 잡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목소리를 낮추고 옥천댁만 들으라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머님, 그기 무슨 말씀이셔유? 승철이는 지 배가 아파서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지가 밤 잠 안자며 키운 맘으로 낳은 자식유. 설령 이븐에 아들을 낳는다고 해도 그 아는 승철이 동생유. 그건 절대 안대유."

"승철이가 은제까지 니 품에서 자라는 어린애로만 남아 있을 줄 아냐? 시방은 철부지라 니가 어먼줄 알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봐라. 피는 물보다 진한 벱여. 겉으로는 널 어머라고 부를지 모르겄지만 뒤로는 들례를 찾아가서 뒤늦게 효도한다고 문지방에 불이 날끼다."

"지도 그 쯤은 알고 있슈. 주변에서 아무리 쉬쉬해도 언진가 들례가 어머라는 걸 알게 되겠쥬. 그라고 그 때는 당연히 들례를 어머로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유. 하지만 그릏다고 해서 승철이가 저를 길러준 은혜를 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 보지 않았슈……"

"너, 그 말 참말이냐?"

보은댁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옥천댁을 바라봤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남편을 들례에게 빼앗기다 싶이 한 상황에서 들례 아들을 두둔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믄유."

"알겄다. 아를 날라믄 안직 세월이 많이 남았응께 그건 난중에 결정하기로 하고 시방은 무조건 몸조심을 해야 한다. 알겄지."

"알았구만유."

옥천댁은 나중에 태몽처럼 아들을 낳는다고 해도 승철이를 내치지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그날 저녁에 이동하가 자전거를 타고 모산에 들어왔다. 낮에 보은댁한테 옥천댁이 임신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 못해 혼란스러웠다. 가끔 모산에 들려서 술에 취해 옥천댁을 품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신이 될 것이라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필경 나를 개망신 줄라고 의도적으로 임신을 한 것이 틀림읎을겨.

면사무소 직원들은 거의가 이런저런 일로 담당하고 있는 동네로 출장을 가고, 호적계에만 계장하고 임시직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빈 책상들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으니까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들은 이미 승철이 하나로 충분한데 만약 또 딸이라도 낳게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얼굴을 아는 사람들마다 딸부잣집이라고 속으로 비웃을 것은 당연지사고, 들례 몸에서 낳은 승철이 이름도 오르내릴 것이 분명했다. 옥천댁이 그렇게 되리라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한테 망신을 주기 위해 일부러 임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술도 마시지 않고 달려 왔다.

"당신은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왜 그릏게 칠칠치 못하게 행동을 해서 사람 체민을 땅에 떨어트릴라고 하능겨?"

이동하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이병호에게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정지에 있는 옥천댁의 손을 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바닥에 앉기가 무섭게 재떨이를 집어 던질 것 같은 표정으로 옥천댁을 다그쳤다.

"지가 칠칠치 못하게 한 행동이 머가 있다고……"

옥천댁은 이동하가 무조건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말꼬리를 흐리며 앉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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