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쇼크' 치욕의 날..8강 불투명 벼랑끝 위기

(자카르타=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한국 축구가 치욕의 날을 맞았다.



47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베어벡호가 중동의 복병 바레인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은 자력으로 8강 진출을 할 수 없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월드컵축구 4강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린 굴욕적인 패배 앞에 축구 팬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전반 4분 김두현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전반 43분 살만 이사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후반 40분 이스마일 압둘라티프에게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해 1-2로 역전패했다.



1무1패(승점 1)가 된 한국은 사우디 아라비아(1승1무.승점 4), 인도네시아, 바레인(이상 1승1패.승점 3)에 이어 조 최하위로 처졌다.



한국은 18일 홈팀 인도네시아를 반드시 꺾어야 8강 진출의 희망을 살려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이기더라도 사우디가 바레인과 비기면 승자승 원칙에 의해 바레인에 밀려 탈락한다.



이번 대회는 승점이 같을 경우 상대팀 간 승점, 골득실, 다득점을 먼저 따진다.



베어벡 감독은 11일 사우디와 1차전과 달리 선발 라인업 6명을 바꿨다.



이동국을 원톱에 놓고 좌우 날개에 염기훈, 이천수를 꽂았다. 플레이메이커에 김두현을 쓰고 이호와 김상식이 뒤를 받쳤다.



좌우 윙백도 김동진, 송종국으로 바꿨고 중앙 수비엔 김진규, 강민수가 나왔다. 수문장은 그대로 이운재.



바레인은 2004년 아시안컵 득점왕 알라 후바일과 신예 이스마일 압둘라티프를 투톱으로 내보냈다.



전반 4분 만에 속시원한 득점포가 터졌고 주인공은 김두현이었다.



지난 달 2일 네덜란드전 직후 베어벡 감독의 질책을 들었던 김두현은 이천수가 페널티지역 좌중간 외곽에서 기회를 엿보자 문전으로 파고들었다.



김두현은 이천수의 로빙 패스가 수비수 등에 맞고 굴절돼 공중에 뜨자 볼의 궤적을 쫓았다.



머리 뒤로 날아오는 볼을 맞추기 어려웠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슬라이딩하며 왼발 슛을 꽂았다. 수비수도 둘이 따라붙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두현의 발에 정확히 걸린 볼은 골문 오른쪽 구석 하단을 꿰뚫었다. 골키퍼 압둘라흐만 압둘카림이 몸을 날렸지만 볼은 이미 네트를 휘감고 있었다.



예상보다 빨리 선제골을 뽑아낸 탓인지 이후 베어벡호는 주춤했다.



원톱 이동국이 공격진에서 고립됐고 이렇다할 공세를 펴지 못했다.



전반 19분 이천수의 시저스 킥 시도는 허공을 갈랐고 29분 이천수의 오른쪽 돌파 이후 강한 크로스가 연결됐지만 이동국의 발에 닿지 않았다. 1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김상식이 골지역 왼쪽으로 쇄도해 골문을 노렸지만 공이 발바닥에 감기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갔다.



전반 10분 알라 후바일을 놓쳐 위험한 터닝슛을 내줄 뻔한 한국 수비진은 전반 막판 집중력이 흐트러져 뼈아픈 동점골을 내줬다.



내내 불안하던 수비 조직력이 또 화를 불렀다.



모하메드 후사인이 하프라인 앞에서 길게 올려준 불에 수비 라인이 단번에 뚫렸다.



왼쪽 날개 살만 이사가 골지역 왼쪽으로 돌진해 왼발 슛으로 이운재 옆을 꿰뚫고 네트를 갈랐다.



송종국, 이호, 강민수가 뒤늦게 따라붙었지만 이사를 잡지 못했고 오프사이드도 선언되지 않았다.



후반 초반 이동국이 연달아 찬스를 잡았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후반 1분 골키퍼가 펀칭한 볼을 왼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 포스트를 빗겨나갔고 8분 단독 돌파 후 때린 왼발 슛도 반대쪽 포스트 옆으로 흘렀다.



후반 9분 결정적인 상황을 맞았지만 땅을 쳤다. 이천수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골키퍼까지 젖히고 왼발 슛으로 골문을 겨냥했지만 골라인에 늘어선 수비수들에 막혔다. 리바운드된 볼을 김두현이 다시 꽂았지만 또 수비수에 걸렸다.



베어벡 감독은 후반 21분과 24분 이동국, 이호를 빼고 조재진, 김정우를 투입해 결승골을 노렸다.



후반 30분 이천수가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터닝슛을 시도했지만 헛발질한 뒤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다.



이천수 대신 장신 베테랑 우성용을 넣은 베어벡호는 오히려 역습을 당해 돌이킬 수 없는 역전골을 허용했다.



재앙은 패스 미스에서 시작됐다.



김정우의 백패스가 탈랄 유서프에게 잘리면서 역습을 당했고 허둥대던 수비진 사이로 파고든 압둘라티프는 흐르는 볼을 지체없이 오른발 강슛으로 연결했고 볼은 한국의 네트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베어벡호는 무승부라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마음만 급한 탓인지 찬스를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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