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성과를 낸 이유

지난주 이곳 하와이에서는 코리아포럼 주최로 토론회가 열렸다. 하와이사회의 지도급에 있는 한국계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한국에 관심 있는 현지 인사들로 구성된 한국연구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를 연사로 초청하여 왔기에 그분들에게 한국경제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경제계의 인사들도 많이 참가하여 열심히 경청하고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현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imf를 비롯한 국제 전문가 그룹의 공통된 평가다. 미국 일본 영국 항가리 스웨덴 러시아 등 아직 마이너스 성장의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경제는 2.3%의 성장과 경상수지 260억불 흑자, 2,500억불의 외환보유고를 확보하는 등 바닥을 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사상최대의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 미국은 성과를 많이 보이고는 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수요 때문에 아직 무엇인가 불안하다. 전 세계 경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경제가 살아나야 세계적으로 주름살이 펴질텐데 제조업의 활력이 전만 못하다.금융산업의 비중이 큰 영국은 실업률이 높고 회복세가 매우 느린가 하면 러시아는 관료시스템의 비효율 등으로 정책을 실기 하는 등 -10%의 최악상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기민한 정책으로 내수진작에 성공하여 표정이 밝은 나라들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이 우수한 성과를 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여섯 가지의 내용으로 설명하였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신속하고도 과감한 재정투입이 성과를 거둔 점이다. 총 40조가 넘는 충분한 규모의 재정을 선제적으로 투입하였고 집행의 속도전을 벌려 조기집행함으로써 파급효과를 크게 늘렸다. 두번째는 우리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중국경제의 회복 덕을 본 점이다. 중국의 내수진작 덕으로 우리의 수출이 별로 위축되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는 우리 제조업의 기반이 강한 것을 들 수 있다. 위기는 바로 기회다 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기업들은 다른나라의 경기부양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틈새를 공략함으로써 큰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위기전보다 오히려 늘어난 40%가 되어 세계1위의 위치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게 되었고 현대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켓팅으로 크라이슬러를 능가하는 월 10만대의 판매실적을 이루어 내었다. 삼성전자도 작년도 수천억의 적자에서 올 상반기에는 2조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lg도 1조원의 흑자를 내었다.
네 번째로는 10년 전 lmf를 겪은 위기관리의 경험보유국이라는 점이다. 기업들의 순발력과 국민들의 위기대응능력이 의연하였고 10년전 위기를 겪으면서 고통속에 이루어 놓은 구조개혁의 덕을 크게 보았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쇠고기파동이후에 크게 보아서 국내정치가 안정된 점, 실물경제의 감각과 강한 성장지향적 사고를 가진 정치적 리더쉽의 존재 및 한마디로는 설명해 낼 수 없는 한국경제의 다이나믹스 등이 전세계적인 우수한 성과를 내었다고 하겠다.그러나 계속 이런 식으로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재정으로 버티어 주던 역할을 너무 늦지 않게 민간이 바톤을 이어가야 한다. 국민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재정이라는 실탄도 한없이 쓸 여력이 있는 건 아니다. 소위 말하는 출구전략이 거론되는 이유다. 국제적으로도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논의가 분분하다. 400조에 육박할 재정적자도 큰 걱정이고 엄청나게 풀린 돈으로 물가상승의 잠재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경제회복을 확실히 하면서도 한국경제는 누적된 불안요인과 내년중에는 어쩔수없이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 경제이론가가 총리에 내정되어 있는 데 내년도에는 우리의 경제관리 역량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추스르고 물가를 안정시키며 경제회복의 온기가 윗목의 어려운 계층에게도 전달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안병우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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