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경수
충북도립대학 교수

세종시 원안 수정 여론이 국지전에서 정운찬 총리의 임명으로 전면전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일부 수도권의 여당 국회의원, 분수를 모르는 수도권 자치단체장들의 세종시 백지화나 축소 수정보완을 줄 곧 주장했다. 이렇게 불쑥 불쑥 충청도민의 화를 치솟게 했던 두더지 게임과 같은 형태를 한꺼번에 불을 붙인 사람이 다름 아닌 충청출신의 정운찬 총리이다.
두더지 게임에서 한 마리씩 튀어 오르면 때려잡기 쉽다. 그러나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튀어 오르면 결코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처럼 세종시 축소 보완에 대한 각개전투식 충청도민의 대응은 힘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충청도민의 힘을 결집해서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안이 없는 듯하다.
정 총리는 임명 전부터 행정의 효율성을 제기하면서 세종시 수정보완에 힘을 실었다. 이젠 선두에 서서 세종시 축소 수정보완에 앞장서고, 슬그머니 청와대에서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정운찬 총리의 임명은 세종시 축소를 위한 청와대의 전략적 인선이었음에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와 정부의 주장과 반대로 여당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 필요하다고 간질나게 언급한다. 그나마 충청도민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지만 속을 들어다보면 진정성이 없다.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내년 지방선거, 그 이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당 입장에선 당연 충청도민의 민심에 흠집을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역대로 충청민심이 대선의 행방을 좌·우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몇 차례 세종시 원안 주장을 내세우다가 정부에서 원안수정을 확정하면, 그래도 우리는 막으려 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있으니깐 말이다. 결국 지금의 여당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
세종시 원안 수정보완은 경제학자인 정운찬 총리의 학자로서 양심에 근거한 것인지, 정치판의 힘의 논리에 밀려서 수도권의 요구에 앞장서 손을 들어 준 것인지는 역사의 심판으로 남게해야 할 것 같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권은 과식으로 뚱뚱해지고, 비수도권은 심한 기근에 시달리며 쪼그라들고 있다. 수도권의 비만은 동맥경화 등 합병증으로 발병될 것이고, 지방은 허기에 지쳐 쓰려질 것이다.
국토의 몸매 균형은 무너지고,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처럼 우리나라는 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야할게 뻔하다.
국토의 불균형을 치유하기 위한 세종시는 반드시 원안 이상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세종시 원안의 축소 수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세종시의 미래를 진정 걱정한다면, 당초 계획의 축소 보완보다는 확대 보완해서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해야 타당하다.
세종시 축소 보완의 속셈이 지난 정권의 공적을 폄하하고, 수도권 민심을 우려하여 일부 행정부처를 수도권에 남게 두려는 것은 아닌가? 충청도민을 정말 핫바지로 보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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