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마당] 양산 논산개태사주지

아침 산보를 하다 풀 섶에서 만나는 벌레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에 놀란다. 풀 섶 이슬을 한 모금 마시고 이 곳 저 곳으로 분주히 뛰어다니는 모습에 생명의 신비가 느껴진다.

이슬에 젖은 날개가 아직 마르지 않아서 일까 몸만 뒤척이는 놈도 있다. 하루를 분주히 사는 이들에게도 휴식은 있을 성 싶다. 뙤약볕에 몸이 달궈지면 그늘에서 쉬고 나무 수액도 마시며 한 여름을 만끽할 것이다.

사람처럼 먹고 잘 짐을 바리바리 싸서 산이나 들로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점잖은 휴가인가.

여름 휴가지는 그래서 또 사람들로 넘쳐난다. 바다는 물론 강이나 산, 조금만이라도 물과 나무가 있는 곳이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곡은 그 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다. 바다와 달리 언제나 그늘이 있고 먹을 물과 근처 사찰에도 들러 아이들에게 문화재 교육도 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매력이 있어서다. 일면 고맙고 칭찬도 해 주고 싶다.

사찰에 대한 사람들의 뿌리 깊은 무의식 속에 사찰에 대한 경외심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적만 해도 그러한 곳에 가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거나 가본 사람의 말만으로도 곧잘 동경심을 갖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침에 갔다 저녁에 돌아오지 못할 곳이 없을 정도로 교통수단과 도로가 발달해 이런 기억들은 그저 기억일 뿐이다.

가야산 해인사, 속리산 법주사, 영주 부석사, 계룡산 갑사 등 이름만 들어도 왜 가봐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 곳이다.

이 가람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과 문화가 보존돼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문화 학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그 중요성이 가볍지 않은 곳이다.

이외에도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많은 사찰들이 여름 휴가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곡과 그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이 가람들은 문화재인 동시에 여전히 이곳에서 수행하는 많은 불자들이 거처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수행은 가람마다 천년에서 수백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도 스님들은 아침 예불부터 시작해 강연이다 선수행이다 뭐다 해 바쁜 하루를 보내는 분들이 많다. 이 여름에도 긴팔에 적삼을 걸치고 수행하는 것이다.

매년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러한 사찰에 물가에서 수영하다온 모양새로 사찰 경내로 들어오는 피서객들이 있다.

아직 어린이들이 많지만 이곳에는 외국에서 온 관광객과 수많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어색하지 않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리와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서양의 한 오랜 성당이나 이슬람 사원과 비교하면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사찰 주변 가까운 계곡 등지에서 밤새도록 술을 먹고 큰소리로 노래하는 이들도 수행중인 스님들에게는 이만저만 고통이 아니다.

이는 이웃 민가에도 마찬가지다. 휴가온 이들의 기분을 망치는 것 같아 잔소리하는 것을 감내하려고 하지만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속에 이번 여름에는 꼭 어느 사찰을 들러봐야 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고맙고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문화재로 지정되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명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지켜가며 휴가를 보내는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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