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정다운 담소

오늘도 아침을 맞는다. 형용할 수 없는 가을의 상큼한 공기가 폐를 찌르며 가슴 가득히 차오른다. 온 천지를 덮은 어둠을 뚫고 황금빛깔이 칼로 금을 그은듯 햇살이 스며든다. 햇살은 밤새 어둠에 취해 있던 몽롱한 물체들을 본래 모습 그대로 선명하게 되돌려 놓았다. 사방을 휘 둘러보아도 어느것 하나 자리를 옮겨 앉거나 변한 것이 없다. 언제 어둠이 다녀갔냐는듯모든일이 흔적도 없이 능청스럽다.

넓고 공허한 거실을 음악소리로 채운다. 눈이 닿지 않는 구석진 그늘 저쪽까지 들리게 볼륨을 더 높인다. 기지개를 켜며 스트래칭을 하는 내 몸의 움직임이 평소와 달리 가볍다.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심한 물건들은 변함이 없건만 나의 컨디션은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웰빙시대에 살고 있어서일까?어떻게 사는것이 웰빙이며 요즘처럼 바쁜 현대인들에게 무엇이 웰빙인가?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웰빙은 자연 그대로, 최소한 자연스러울 정도로 느껴지는 편안함일 것이다. 지금 당장 초현대식으로 완벽하게 원터치 시스템을 갖춘 안락하고 쾌적한 공간에 나를 데려간다 한들,밥한끼 분량에 해당하는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시로 밀어 닥치는 인간을 그리는 근원적 소망은 채워주지 못하리라.

tv 광고를 보면 모녀가 집에 가스불 끄는것을 잊고 외출했는데, 걱정 마세요 하며 핸드폰으로 가스불 끄는 장면이 나온다. 앞으론 이런 기술이 보편화 되고 지금보다 훨씬 편리한 최첨단 모바일 기술이 개발되어 생활은 점점 편해지리라. 냉장고 안의 음식의 신선도를 모바일이 알려주게 될것이고, 음식이 떨어지면 모바일이 채우라고 알려 줄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는 것도 목소리만 입력하면 핸드폰이 스스로 알아서 상대방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기술이 곧 시판되지 않을까.
오늘 아침은 고기대신 버섯으로만 맛을 내는 내 최상의 맛내기를 할 참이다. 새송이버섯을 두가지로 요리해볼까 한다. 한가지는 건고추,다시마에 생강을 저며 넣고 물,간장과 새송이버섯을 넣고 살짝 조렸다. 피어나는 목화송이같이 둥글고 뽀얀 얼굴이 싹뚝 잘려져 맛있게 우려낸 국물에 조려진다.
이번엔 색다르게 새송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갖은 양념으로 무쳐 접시에 담았더니 보기에도 별스럽고 고기보다 구미가 당겨진다.
오늘도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먹는것에 웰빙을 그려 넣는다. 몸에 불필요한 체지방을 분해하고 노폐물을 배출하여 건강한 몸을 유지해나가는 식단을 구성해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하루하루 또박또박 지나가는 세월들을 식탁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따스한 구성원의 목소리가 그리운 시대이다.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물 속에서 목말라하는 물고기처럼,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는 것처럼, 친구속에 섞여 있는데 친구가 없는 것처럼, 사랑은 흔한데 사랑이 없는것처럼 목이 마르다.
힘들고 바쁜 오늘을 살아내야 할 고달픈 이야기로 마음이 무거워올지라도 식탁에서 함께 나누는 정다운 담소가 진짜 웰빙이지 싶다.

▲ 김정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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