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가로질러 높이 쌓아 올린 장벽, 그 위로 철조망. 2차 세계대전 종전의 뼈저린 상징, 그 40여년의 장벽은 1989년 11월 9일 무너져 내렸다.

올해로 독일 통일은 어언 20년을 맞이한다.

40여 년간 승전 강대국에게 억제 받으면서 2차대전의 종전체제가 계속되는 한 통일이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독일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트림으로서환희와 감동을 주었다. 이를 보면서 이제 이 세상에 남은 제2차 세계대전의 유물은 분단 한반도 밖에 없구나. 그러면 우리의 통일만 남았구나 하며 새로운 기대를 가졌다. 10년이면 우리도 통일되지 않을까 자못 기대해 보았었다.

또한 브란덴부르크 광장에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너무나도 감동이었다. 이날을 대비해 준비해놓은 듯한 베토벤의 예지력를 보는 것 같았다.

'독일' 교훈 삼아야

2차 세계대전 전쟁범죄국가인 독일은 자신들의 업보에 대해 숱한 반대 보복과 핍박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에 반발하거나 앙심을 가지지 않고 처절히 참회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들이 저지른 유태인 학살과 주변국에 대한 침략에 대해 진정으로 유감을 넘어 반성과 사과를 표했고, 정부기구나 민간기구를 망라해서 국제 인권과 평화를 위한 진실된 노력을 보여 왔다. 전쟁을 일으킨 야만국이었지만 진정한 역사반성을 통해 문명국임을 입증했다. (이에 비하면 일본은 비교할 수도 없다)

한때 독일의 통일은 새로운 강대국이 될까 두려워 프랑스가 바라지 않고, 소련이 허하지 않고, 미국이 하고 싶지 않고 영국이 싫어하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통일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그들은 통일을 했다. 그 후 숱한 후유증이 거론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그 저력으로 통일의 갈등과 문제를 극복해 가고 있다. 그들은 지난 50년간 문명국이 되었고, 인권존중국이 되었고 경제민주국이 되었다. 이제 다시 독일의 전쟁도발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는 독일의 모방이 아니라교훈삼고 배워야한다.

그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정치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숱한 퍼주기를 했다. 하물며 브란트 수상과 그의 내각 정보담당자는 동독의 간첩으로 까지 몰려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얘기해서 무엇하겠나만 한심스럽고 걱정이 태산이다. 남북이 통일되어서 뭐가 좋아지냐? 북에 퍼주기만 하는 그런 정권은 싫다. 북쪽 지원해서 전쟁준비나 돕는다. 등등 너무 민심이 흉악하다. 우리는 외교나 정치에 실리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민족경제공동체를 통해 경제발전을 기하는 이해타산에 기초하는 통일인데도 딴지를 건다. 이대로 살다간 언제 통일을 할 것이며, 과연 통일은 할 수 있을 것인가 의심스럽다.

통일 연습 해야할 때

이대로 가다간 이도 저도 득 될게 없다. 남북이 대결해 봐야 중국과 일본에게만 유리해진다. 그런대 우리는 지금 통일을 원하지 않고 분단을 즐기고 누리며, 분단을 더욱 고착화 시키고 있다. 이대론 안된다. 이제부터는 '뭉치면 쎄진다. 아니 싸진다'는 광고처럼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통일이 필요하다.

통일은 이산가족의 만남만이 아니다. 경제로 통하고 길로 통하고, 일로 통하여 서로의 이해관계를 이롭게 하고 남는 게 있어야한다. 이제부터는 통일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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