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의사 결정

▲ 진경수
충북도립대학 교수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여러 조직과 단체를 형성하게 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해 간다. 우리가 속한 조직과 단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비전과 목표 아래 구성원들 간에 서로 다른 의견과 충돌하기도 하고,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논의와 대화를 통해 결국 하나의 의견으로 결집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런데 간혹 돌출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오직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부류는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이고 반사회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이런 사람은 혼자만 잘 났다고 큰소리치기 일쑤이고, 그로 인해 그 주위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되며 상종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에서 고집불통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는 길이며, 남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사회구성원들이 각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서 융화하면서 양보와 타협으로 집단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인 상식이고 교과서적인 말이라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사고가 통하지 않고 고집불통이 만연한 집단이 바로 정치세계인 것 같다. 앞으로 펼쳐질 결과가 어떤 것인지 불 보듯 뻔한 사실인데도 오직 자기의 생각만을 관철시키려한다.

지난 10.28 재보궐선거에서 충북 중부4군에서 보여준 선거결과는 충청도민이 원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건설과 혁신도시 건설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간절히 바라는 지역주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거결과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던 한나라당에서는 국회의원 10명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소위 녹색첨단복합도시 변경하는 행복도시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것은 중앙부처 이전을 삭제한 한마다로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법안인 것이다. 충청도민의 의사를 무참하게 짓밟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야당 의원들이 지난 7월 23일 미디어법 개정안 통과 때 대리투표·재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법안 표결과정의 절차상 위법을 인정하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었다. 이것은 절차상의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법률의 위헌·위법 여부는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흠집을 갖고 있는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완전무결한 법안으로 재개정해야 마땅하다. 결함을 내포한 법안을 그대로 국민들이 지키라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법은 잘못됐지만 무조건 따르라는 무대포식 발상이다. 한마디로 입법기관인 국회가 준법성을 무시하고 국민들에게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모순에 부딪치게 되는 꼴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당인 한나라당은 재개정 논의는 더 이상 없다는 식이다. 현 정권 출범 당시 준법을 강하게 강조해 온 것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행동을 보인다.

지금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얻은 국회의원 과반석 이상을 민주주의 후퇴를 자초하는데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행동하다간 결국 국민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것은 뻔하다. 권력을 갖고 있을 때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정책을 펼쳐야 그나마 권력유지가 가능하지, 그 권력을 남용할 때는 반드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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