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여유

▲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

프랑스의 대표적인 세계도시인문학자인 미셸 마페졸리교수는 2009년 10월 인천에서 개최된 세계도시인문학대회에 참석하여 세계의 도시인들은 세계화시대에 생존하기 위하여 다리(bridge)라는 수단을 통하여 외부세계와 외부사람과 서로 소통한다고 갈파하였다.옛날에는 도로를 이용하여 직접 교류하였으며 근대에 와서는 교통통신의 발달로 전화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였다.오늘날에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
올레길은 제주말로 원래 문(門)을 뜻하는 오래에서 나온 말로 거리에서 대문까지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한다고 한다.국민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걷기여행(트렛킹)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도보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이에 따라 전국의 시골길, 산길이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휴가철이나 주말 나들이에 호젓하게 거닐 수 있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따라서 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역사와 명소가 있는 올레길을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고령사회로 발전하면서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일상생활의 주요관심사의 하나가 된지 오래 되었다.어느 저자가 9988(99세 까지 팔팔하게 살기)하기 위하여 매일 "1선(善) 10소(笑) 100필(筆) 1000독(讀) 10000보(步)"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즉 하루에 좋은 일을 한번하고, 열 번을 웃고, 백자를 쓰고, 천자를 읽고, 만보를 걷는 다는 평범한 진리이다.모든 국민이 백세건강을 이룩하기 위한 일상생활의 행동준칙으로 삼아야 할 원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선조들은 걷는 것이 생활이요 곧 철학이었다.그러나 현대인들은 자동차의 보급, 생활이기의 보급으로 이의 실천은 쉽지않은 과제이다.이탈리아에서 1999년에 시작된 치타슬로 즉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바쁜 일상생활로부터 벗어나 지연과 함께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새로운 형태의 대안관광으로 지금까지 빨리빨리문화에 젖어온 우리에게는 이 운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산과 들 그리고 강과 하천이 있는 곳곳의 산길과 오솔길을 올레길로 지정하여 국민건강도 지키고 동양의 느림의 철학도 느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옛날의 도보나 우마차가 다니던 좁은 길이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철도와 고속도로로, 다시 ktx형태의 고속철길로 발전하여 보다 직선화되고 빨라지게 되어 전국이 반나절생활권이 되어 생활이 보다 편리해졌으며 물자의 신속한 수송이 가능해졌다.우리나라 국토개발의 청사진인 국토종합계획에서 3차까지는 7(세로)*9(가로)의 고속도로축을 중심으로 국토를 개발하였으나, mb정권에서는 4개의 초광역개발권과 함께 보다 빠른 ㅅ자형의 ktx축으로 교통의 개발축이 바뀌게 되었다.
옛날 영남에서 충청도를 거쳐 서울에 이르는데에는 추풍령, 죽령, 조령의 3갈레 길이 있었다.추풍령과 죽령은 산세가 험하고 산짐승이 출현하여 기피대상이었다.또한 과거응시생들도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과거에서 떨어지고 대나무를 오르는 것처럼 어렵다는 속설에 따라 통행을 꺼려하였다.따라서 보부상이나 과거를 시험보는 사람들은 새가 고개를 넘듯이 쉽게 합격하거나 통행할 수 있다고 하여 문경새재인 조령을 선호하였다.오늘날 널리 애창되고 있는 대중가요인 "울고넘는 박달재"도 그 산물의 하나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3갈레의 올레길의 기본축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추풍령에는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이, 죽령에는 중앙고속도로와 중앙철도가, 조령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놓여 있으며 앞으로 중부철도가 개설될 계획이다.영남에서 서울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다.따라서 오늘날에도 충청도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이며 허리인 셈이다.그리고 충북 곳곳에는 산과 강 그리고 물로 경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으므로 조금만 개발하면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게 될 올레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토는 한반도로 남북 그리고 동서로 교통이 용이한 지역이었으나 6.25사변으로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섬이 아닌 섬이 되어 외부세계와 소통하기 위하여는 가까운 직선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우회해야 하는 교통상의 오지가 된지 60년이 흘렀다.오로지 바다와 하늘이라는 다리를 통하여 외부세계인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하루 속히 남북이 통일되어 철도와 육로를 통해 북한의 신의주를 거쳐 중국의 tcr, 그리고 나진을 거쳐 러시아의 tsr와 연결되어 유럽대륙 그리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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