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 이상주 극동대 교수ㆍ문학박사

산(山)은 미인(美人)이다. 이 말은 매우 이색적인 비유이자, 아주 특이한 평론이다. 이는 옛 사람들의 표현이다. 과장된 표현이라하더라도 얼마나 아름다운 산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선인들은 자연을 사람과 동격화했다.

또한 산수를 탐미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런가하면 감계를 주는 대상으로 간주했다.

산과 물에 대한 평론이니 `산수평론(山水評論)`이다. 조선후기에 오면 `논산평수`니 `논평산수` `논산수` `평산수` 등 산수에 대한 평론이 빈출한다. 선인들은 산수에 대해 주관적 객관적 기준을 개입하여 평가했다.

그렇다면 우리지방 산수에 대한 평론은 어떠한가? 다음은 선인들의 화양구곡에 대한 평론이다.

성대중(成大中)은 `화양구곡`을 우리나라의 `무이구곡(武夷九曲)`라 했다. 주자가 설정한 무이구곡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와 비견할 만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지금 화양구곡 제9곡 `파곶`과, `선유동`에 대한 우암의 평가다. "파곡은 `선유동`의 그윽하고 깊숙함만 같지 못하고, 선유동은 파곡의 평평하게 펼쳐지고 탁 트임만 같지 못하다. 사람의 타고난 자질과 학문이 서로 두루 갖추지 못한 것 또한 이와 같은 것이 많다" 고 했다.

여기서 그는 파곶과 선유동의 산수의 불완전성과 불완벽성을 통해, 인간 능력의 불완전성과 학문의 불완벽성을 투영관조해본다. 산수자연의 형상과 인간의 재능의 차이를 관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암은 산수를 평론하는데 있어, 인간의 자질과 학문의 문제와 관련하여 평하고 있다. 이런 산수평론은 그 문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희조(李喜朝)는, 우암이 화양동에 집을 짓고 거처한 연후 세상사람들이 화양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 번 보기를 원했다고, 우암으로 인해 화양동이 명성이 알려졌다고 본다.

실제로 그렇다. 또한 하늘이 아끼고 땅이 비밀로 했던 곳을 우암같은 사람을 기다려 그에게 주었다고 본다.이른바 천장지비처(天藏地秘處)의 대인증여설(待人贈與說)을 피력한 것이다. 또 화양동의 산수를 우암의 기상에, 수원(水源)의 유원함을 우암의 학문의 연원에, 자생하는 푸른 소나무를 우암의 고절대의(高節大義)에 비유했다.

이상수(李象秀)는 파곶의 절경을 "금강산 만폭동에는 이런 것이 없다"고 파곶의 승경을 예찬했다. "화양구곡은 한국최고의 구곡(九曲)이며 한국 제일의 문화산수(文化山水)이다" 화양구곡에 대한 필자의 산수평론이다.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직접 가본 사람들은 다 안다. 식견을 구비한 훌륭한 산수평론가가 되어보자. 자연미과 인공미가 주는 산수문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근래 명승고적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발계획이 가속화되고있다. 개발을 강조하는 측과 보존을 강조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과 보존의 조화와 균형을 극대화할 때 자연산수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내고장의 명소인 화양구곡의 문화산수적 의미와 가치를 좀 더 많이 알고 감상하자. 그러면 문화지수가 높아져서, 문화인의 품격을 높일 수 있으리라.

이상주 극동대 교수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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