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2장 달 그림자

▲ <삽화=류상영>

김춘섭이 아들 형제 소식을 모르는 장기팔 심정도 아프겠지만 나도 급해 죽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랴. 내가 광일이한티 말을 해 보긴 하겠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사람 일이라는 거시 워치게 될지도 모릉께."

"서울에 가믄 한동리 사람들도 동기간이나 마찬가지여. 이럴 때 돕고 살믄 난중에 반드시 그 보답을 받게 될거여. 그랑께 구장이 심 좀 써봐. 하다못해 워디서 잔심부름이나 하는데만 백혀 있어도 춘셉이는 밥숫가락 하나 더는 셈이잖여. 그기 워디요."

김춘섭과 황인술이 하는 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순배영감이 말했다.

"당연하쥬. 좌우지간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슈.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서울에 사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이승만대통령하고 이기붕 벢에 모릉께 워디 살겄슈."

순배 영감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춘섭이 거들었다.

"허! 그릏게 엄청난 빽이 있음서 왜 여즉 취직을 못 시켰댜? 나 같으믄 하다 못해 면사무소 급사라도 집어 늫겄네."

박태수가 웃는 얼굴로 하는 말에 모두들 맞는 말일세, 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배차적 좀 더 갖고 왔슈."

금순이 찬바람을 등에 지고 술 주전자와 배추부침 접시를 방안에 들여 놓았다.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하쥬. 작년에는 태수가 제관을 했응께 이븐에는 누가했으문 좋겄는지 야기 좀 해 봐유. 내 생각에는 길동이가 했으믄 좋겄는디 여러분들도 한 명씩 추천을 해 봐유."

"난 후년에 심들어유. 지난 십일 월에 옥천에 사시는 작은숙부가 돌아가셨잖유. 그랑께 딴 사람이 했으믄 좋겄슈."

제관이 되면 부정을 탄다고 해서 지난 일 년 동안 초상집이나 출산한 집을 다녀 온 적이 없거나 어린이가 없는 집이어야 한다. 윤길동은 황인술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그걸 생각 못했구먼. 기팔이 자네는 친척이 별로 읎응께 올게 초상 난 집에 들린 일이 읎겄구먼?"

윤길동을 바라보고 있던 순배영감이 장기팔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야, 초상집에 간 일은 읎지만 먹고사는 일이 염색하는 일이라서 장날마다 한두 사람씩은 상당한 사람을 만나는 편유. 그랑께 제관은 춘셉이가 한븐 해 보는기 좋을 거 가튜."

"지는 태수 앞 전해에 했잖유. 그랑께 구장님이 수고 좀 해 줘유."

"허! 구장직도 감투라고 우리집에 부고장이 한 장 도막에 및 장씩 날라 오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여? 부고장을 집안으로 들이면 부정을 탄다고 해서 부고장을 받을 때마다 뒷간 벼름빡에 꽂아 둔 부고장을 오늘 세어 봉께 칠십 및 장이나 되더라 이거여. 명색이 구장이라고 부고를 보냈는데 영 모르는 척 할 수는 읎고, 두 번에 한 븐씩 갔다 왔다 해도 서른다섯 븐 이상은 갔다는 야기가 되잖여. 좋아유! 죄다 이유가 있응께 이븐에는 심이 좀 들기는 하지만 팔봉이 아부지가 수고 좀 해 줘야 겄구먼유."

황인술이 변쌍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랴, 나이 들어서 동리를 위해 일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복 받을 일여. 그릏게 알고 구장이 냘 아침 일찍 팔봉이 애비 삽짝에 금줄을 쳐. 그래야 동리 사람들이 팔봉이 애비가 제관인 줄 알팅께. 자네는 영광으로 알고 있어. 고사를 지낼 때까지는 이 동리서 젤로 깨끗하게 지내야 할 몸잉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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