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19일 검증청문회에서는 육영재단 갈등 사태와 그 과정에서 고 최태민 목사의 역할에 대한 검증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관련의혹 제기에 대해 대부분 "오해에서 빚어진 일", "절대 그럴리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각종 소문과 관련해 "천벌을 받을 일"이라며 강하게 옹호했던 최 목사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쟁점1. 육영재단

박 전 대표는 82년부터 90년까지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보수와 판공비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히고, 이사장 퇴임 이유에 대해 동생과의 갈등이 이유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때 급조된 단체도 있고 거기서 형제간을 이간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러나 동생과 큰 불화가 있거나 문제가있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육영재단 갈등의 '핵심'에 고 최태민 목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강하게 부인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최 목사가 육영재단에서 해 온 기념사업을 돕고 있었기 때문에 '최태민 물러가라'는 식으로 직원들이 데모를 했지만 그건 순전히 오해"라며 "최 목사나 딸인 순실씨가 재단 일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동생 근영씨가 90년 언론 인터뷰에서 '물러날 사람은 언니가 아니라 최태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여동생은 육영재단 운영에 대해 잘 몰라서 소요의 내용을 잘 모르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영씨를 직접 만나 오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목사가 육영재단 고문으로 박 전 대표에 앞서 결재를 받을 정도로 재단운영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런 얘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제가 무능하다거나 일을 잘 못한다고 폄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부인하고 "제가 아니라 같이 일하는 분이 예우 차원에서 고문으로 모신 것"이라고 말했다.

87년 당시 어린이회관 직원들과 90년 숭모회라는 단체가 최 목사를 거론하며 시위를 벌인데 대해서는 "오해일 수도 있고 숭모회 자체가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갖고 급조된 단체로 안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언론이나 측근들도 최 목사에 비판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최 목사가 제가 어려운 시절에 도운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없다)'라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쟁점2. 정수장학회·영남대

박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정수장학회(옛 부일장학회)는 지난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가 강탈한 재산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범여권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혹 해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영남대 강취 및 전횡 의혹 여부 역시 박 전 대표의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다른 사안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의혹을 부인했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까지 거론하며 '결백'을 강조했다.

먼저 정수장학회가 (선친 재임시) 강제 헌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자료를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학재단의 국가 헌납 등을 검토할 생각이 있는 지에 대해 "권한도 없는 사람이 공익재단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최필립 현 이사장 임명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선친 시절은 물론 5공화국과 김대중 정부에서도 일한 사람을 제 측근이라고 하면 억측이다.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부인했다.

그는 섭외비 탈세와 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에 대해서는 "법이 바뀐 것을 잘 몰랐던 실무진의 착오였으며 추후 납부했다"고 해명했고, 정수장학회로부터 섭외비를 받은 것은 횡령이라는 지적과 관련, "일주일에 두세번 가서 결재도 하고 이사회도 주재하는 등 이사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한 만큼 횡령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사장 월급을 두 배 이상 올린 데 대해서는 "당시 장학회가 대주주로 있던 문화방송 등의 사장과 급여를 맞춰 지급한 걸로 알고있다"고 해명했다.

영남대 강취 의혹과 관련, 그는 "영남학원 설립 당시 아버지가 많은 지원을 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사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며 이후 이사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대 재단측 '4인방'으로 거론되는 김모,조모,손모,곽모씨 등을 직접 임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재선상에 있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k 전 총장이 확인서를 써줬다고 하는 데 이 분은 이명박 캠프에서 정책자문단으로 일하고 대구지역에서 사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분이다. (상대) 캠프 핵심관계자의 확인서가 신빙성있는 자료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남대 부정입학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총장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선을그은 뒤 검증위원이 '재단의 요청으로 부정입학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인용한 데 대해서도 "총괄책임자는 k 전 총장이었다. 그 분이 책임을 져야죠"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그는 영남대 재단 산하 영남투자금융회사가 육영재단 발간 잡지에 기부금 1억3천여만원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 "기부금 출연을 확인했다. 제가 이사장이어서 이를 배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영남투자금융에 꼭 강요한 적은 없다"면서도 재단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육영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대화합 차원에서 정수장학회나 영남대 (반환) 문제를 고려할 생각이 없는 지와 관련, "대구대 유족이 문제제기를 하려면 저보다는 삼성의 고 이병철 전 회장에게 해야 한다. 저와 아버지는 관계가 없다"며 "대구대와 청구대가 합치는 과정에서 유족들이 이병철 회장께 학교를 맡아달라고 건의해 그 분이 학교를 키웠고이후 여러 사정으로 아버지가 관여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쟁점3. 성북동 주택

박 전 대표가 청와대를 나온 뒤 81년부터 살았던 성북동 주택의 취득 경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전 대표가 84년 7월까지 거주했던 이 집은 당시 영남대 이사이던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이 증여한 대지 400평, 건평 300평 규모의 고급주택으로,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증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함께 경남기업의영남대 건물 신축공사 수주 관련 '리베이트' 의혹 등이 제기됐다.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으나 명쾌한 해명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신 회장이 주택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부모님 유품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신당동 집이 좁아 꼼짝할 수 없었다"면서 "이런 사정을 보고 신기수 회장이 '아버님과의 인연으로 성북동에 집을 마련했고 유품을 보관할 장소가 있으니 이사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북동 주택을 무상 증여받았음에도 등기부등본에는 취득원인이 매매로 기재된 데 대해서는 "이사갈 때 등기하고 법적인 문제는 (신 회장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해서 믿고 맡겼기 때문에 어떻게 기록됐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증여세 납부 여부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다 세금 관계나 모든 걸 처리를 알아서한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고 답해 등기부등본 '부실기재' 및 '탈세' 여부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남겼다.



쟁점4. 전두환 생계비 9억원 지원 여부

박근혜 전 대표는 19일 "10.26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생계비 명목으로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시내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검증청문회에 출석,'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9억원을 지원받아 김재규 수사비 명목으로 3억원을 돌려줬느냐'는 강 훈 검증위원의 질의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박 전 대표는 "9억원을 받은 게 아니라 6억원을 받았고 3억원을 수사 격려금으로 돌려준 게 없다"면서 "경황이 없을 땐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로 갔고 (그 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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