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에 대한 검증청문회에서는 박 전 대표와 고(故) 최태민 목사의 관계가단연 최대 검증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94년 사망한 최 목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 박 전 대표와 함께 '구국여성봉사단'을 운영했고 새마음봉사단, 육영재단 등에서 실세로 활동했던 인물로, 당시 중앙정보부가 최 목사의 사기, 횡령, 성추행 혐의 등을 적시한 내사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 전 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는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최 목사의 각종 비리 의혹들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몰랐다", "처음 듣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보기관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최 목사에 제재를 가하려 했다는 설 등에 대해선 "아버지가 그럴 리가 없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과는 달리 자신과 최 목사는 밀접한 관계가 아니며 최 목사의 비리 의혹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한 것이지만, 해명 자체가 그간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최 목사를 처음 만난 경위와 관련,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이듬해인 1975년에 '퍼스트레이디 대리'로 활동할 당시 위로.격려편지를 보낸 사람 중 "마음에 와닿고 만나보고 싶어 만난 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 목사가 7개의 이름을 갖고 있고 결혼도 6차례나 했으며, 여러 종교를 섭렵했다는 경력을 당시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시에 그런 내용은 몰랐고 목사로 알았다"고만 답했다.

최 목사가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팔아 고위 관료들의 인사에 개입하고 청와대 출입 등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그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전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자신과 최 목사, 당시 중앙정보부장 등 관계자들을 직접 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증위원들은 또 자체 조사 결과를 들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 목사의 구국봉사단 총재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중정부장의 건의를 접하고 검찰에 재조사를 지시했으나 검찰 재조사 결과에서 중정 조사보다 더 많은 비리가 드러났다고 지적했으나 박 전 대표는 "아버지는 그런 일을 용서하거나 적당히 봐주는 분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최 목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실체가 없지 않는가"라면서도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관을 지냈던 선우련씨가 2005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 거세와 구국봉사단 및 관련단체의 해체를 지시했다'고주장한 것과 관련, 박 전 대표는 "청와대 비서관이라도 사실에 입각한 증언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네거티브를 하다 못해 나중엔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애가 있다'는 등의 얘기도 나왔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천벌 받을 짓이 아니냐"고 억울함을호소한 뒤 "애가 있다는 근거가 있으면 데리고 와도 좋다. dna(유전자) 검사도 해주겠다"면서 최 목사와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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