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기획연재 >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제 2부 2장 달 그림자
한만수  |  news@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9.11.12  19:01:0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삽화=류상영>

이동하가 면장처럼 의자등받이에 비스듬하게 누운 자세로 담배를 피우며 총무계장을 바라봤다.

"근데, 명절 끝에 산짐승을 먹어도 괜찮을까유? 스! 스! 누가 그러는데 정월에는 노루나, 자라, 잉어 같은 영물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부정을 탄다고 하든데. 스! 스!"

계장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총무계장이 습관처럼 입술 끝으로 바람을 스!스! 하고 집어넣으며 제동을 걸었다.

"그려, 나도 누구한틴가 그런 말을 들은 거 가텨."

이동하는 총무계장의 말에 허리를 천천히 일으켰다. 총무계장 아니었으믄 큰 일 날 뻔 했구먼. 장차 큰일을 앞두고 부정 탈만 한 짓을 해서 좋을 거는 읎지. 지금 5월에 있을 민의원 선거 후보로 나가려고 물밑 작업 중이다. 자유당 학산면 책임자인 문기출에 의하면 현재 지원자가 많은 상황이어서 물 위로 발설을 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그 점 때문에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뜻을 밝혔고 면직원들한테는 사표를 낼 때까지 비밀로 할 작정이다.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신성시하는 노루고기를 먹어서 큰일을 망쳐 버릴 뻔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잖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람 날도 춥고 항께 태화루에 가서 빼갈에 짬뽕이나 한 그릇씩 할까유?"

"그거 좋겠구먼. 그람 호적계장이 즘심 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해 놔. 그릏게 알고 이걸로 호의는 끝내지 머."

이동하는 기분 좋게 대답을 하고 계장들을 밖으로 내 보냈다. 점심시간까지는 두 시간 정도가 남았다. 어제 늦게 까지 술을 마셨더니 가벼운 두통과 함께 졸음이 밀려왔다.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잠을 청했다.

"부면장님, 바깥에 손님이 찾아 왔는데유?"

이동하는 따뜻한 면장실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자다가 총무계장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안직 즘심 시간 안 됭겨?"

이동하는 입술에 묻은 침을 문지르며 벽시계를 바라본다. 시계바늘이 열한 시를 넘기고 있다.

"한 시간 정도 남았슈."

"그람, 공무로 온 손님이구먼."

"따님들이 찾아 왔슈. 애자하고 말자라고 하든데……"

"대전에서 핵교를 댕기는 딸내미들이 찾아왔단 말여?"

"그런 거 가튜."

"이 사람 보게, 그럼 빨리 들여보내야지 시방 머 하고 있능겨?"

이동하는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들이 왜 갑자기 찾아 왔는지는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가웠다. 얼른 거울 앞으로 가서 대충 옷매무새를 다듬고 입술 가에 묻은 잠침을 닦았다.

"아버지 저희들 왔어요."

면장실 문이 열리고 애자가 먼저 들어왔다. 그 뒤로 말자가 따라 들어왔다. 그녀들은 면장실로 들어서자마자 활짝 웃는 얼굴로 이동하한테 인사를 했다.

"자, 우신 여기를 좀 않자. 대관절 어짠 일이여? 안직 공부가 끝날 시간도 아닌데 말여."

이동하는 딸들을 소파로 안내하고 면장실 문을 열었다. 여직원을 시켜서 커피를 타 오라고 지시를 하고 문을 닫았다.

"오늘 우리학교 개교기념일이라서 학교 안 가는 날이에요."

이동하가 소파에 앉기를 기다렸던 애자가 대답했다.

<계속>

한만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