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석공들이 자재에 선을 긋는 도구

목수나 석공들이 자재를 가공하기 위하여 선을 긋는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먹통에는 먹칼[墨刀]이 딸려 있어서 짧은 직선이나 곡선, 글씨 등을 쓰거나 먹줄을 풀 때 먹이 잘 묻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 ≪재물보 才物譜≫에는 '먹통[墨斗]'·'먹칼[墨侵]'이라 기록되어 있다.

먹통을 만드는 재료는 소나무, 자단, 느티나무의 뿌리가 쓰이는데, 특히 자단나무로 만들면 결이 곱고 물을 덜 먹어 먹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먹칼은 대나무나 싸릿대가지로 만든다. 한쪽 끝은 가늘고 둥글게 하며 다른 끝은 사선으로 절단한 다음 참빗과 같이 잔칼질을 하여 부드럽게 만든다.

먹통의 얼개는 네모난 통나무를 다듬어 앞쪽에 둥근 홈을 파 먹물을 묻힌 솜을 넣어두는 먹솜칸으로 삼고, 뒤쪽은 정사각형의 홈을 파고 먹줄을 감을 수 있는 타래(고패)를 끼워 놓은 타래칸이 있다.

먹줄의 한쪽끝을 타래에 묶어 감아두고 다른 한 끝은 타래칸과 먹솜칸 사이의 작은 구멍으로 빼내 먹솜에 잘 묻도록 하여 다시 먹솜칸 앞의 작은 구멍으로 빼낸다. 이 먹줄 끝에는 동시에 기준을 잡는 먹줄꼭지가 달려 있다.

쓰는 법은 먹줄꼭지를 한쪽 끝에 꽂고 먹칼로 먹솜을 지그시 누르면서 줄을 풀어 맞은편 끝에 먹통 줄구멍을 맞춘 다음 먹통을 단단히 잡고, 먹줄을 직각으로 들었다가 퉁기면서 놓게된다. 이 때 잘못 퉁기면 직선이 되지 않고 휘거나 곡선이 되기 쉽다. 이렇듯 먹줄을 치는 일은 숙련을 요하는 일이어서 목수 중에는 도편수 밑에서 먹줄 치는 일만 전담하는 먹매김목수가 있다.

먹통을 만들 때 여러 가지 문공을 조각해서 어떤 주술적인 의미도 있고, 장인들의 해학 또한 엿볼 수 있다.

먹통에는 반드시 먹칼이 달려있는데, 먹칼은 짧은 직선이나 곡선, 글씨 등을 쓰고 먹줄을 풀 때 먹솜을 지긋이 눌러 먹이 잘 묻도록 하는데 쓴다. 먹칼은 먹통과 늘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먹통 밑에 나비장과 같은 모양의 긴 홈을 파서 여기에 늘 끼워 둔다. 이 먹칼꽂이 홈은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것으로 우리나라 먹통만이 갖고 있다.

이렇듯이 먹통은 기능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전통사회의 첨단도구이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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