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가 명심해야 할 것

아침 해마저 강추위에 나오기를 꺼리고 산 너머에서 머무적거린다는 겨울아침이다. 휘장처럼 낮게 드리워진 물안개가 출근길 무심천 물위에서 풀풀 날리는 것을 보니 자꾸만 움츠려드는 내 몸과는 일치가 되지 않는 성 싶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각종 불일치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말 뒤집기를 밥 먹듯이 하는 정치인은 언행불일치, 사명감이 부족한 문필하는 사람은 필행불일치, 글을 쓴다함은 독자와 만나는 기다림이 없어도 문인이라는 자긍심과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는데도 게을리하는 경우다. 그리고 사이비 종교인은 기행 불일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과제들이 아니던가.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역시 자문자성(自問自省)해 볼 일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직책에서 명예롭게 퇴진하지 못하고 불명예를 안고 축출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요, 가문을 욕되게 하는 망사지죄(罔赦之罪)가 아니겠는가.

공직자의 청렴에 관한 사전이라 할 수 있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도 "청렴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본연의 의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라고 했다. 공직수행에서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청렴을 좌우명으로 하고 있는 청백리가 많다는 것은 국민을 기쁘게 하고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몽선습」에도 "공직자가 항상 마음에 두어야 할 3가지가 있는데 청렴,신중,근면이다"라고 말했다. 「경행록」에도 "만족할 줄 알면 즐거움이 따르고 재물을 탐하면 근심이 뒤따른다"고 했다. 이 모두 공직자들이 명심해야 될 명언이리라.

여울물처럼 흘러가는 삶의 궤적 속에 어찌 크고 작은 잘못이 없을까마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투철한 목적의식과 확고한 신념으로 자기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후회없는 삶을 도저히 창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부정을 저지르는 공직자보다 뇌물에 초연하는 공무원이 더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충북도청에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해의 베스트맨을 선정한다. 묵묵히 자기가 맡은 부서에서 최선을 다하며 청렴하고 박봉으로도 지족을 느끼는 삶을 살아가는 청백리의 모범이 되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다.

얼마전 베스트맨에 선정되어 직원 남녀노소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 들장미같은 공무원이 있다. 산천초목 만화방초의 존재가 곧 향기는 아니지만 그 모양과 빛이 무형의 향기를 발산하며 인간의 오관을 통하여 큰 매력을 느끼게 하는 사람은 바로 고사무관이다.

깊은 산벼랑에 자란 머루나무 넝쿨에 주렁진 보랏빛 머루송이도 제 나름대로 특유의 감칠맛과 냄새를 뿜어 사람들의 매력적 시각과 후각을 끈다 했던가!

그는 타인의 입장을 가장 섬세하게 배려하는 공무원으로 직원들과 혈육을 나눈 정을 주는 사람이라 일컫는다. 과학이나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동료들의 시름까지도 달래줄 의지가 되고, 만인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신선한 산소같은 정신적 기둥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늘 보아도 위선이 묻지 않은 파안대소, 모양도 빛도 색깔도 없는 향기, 하지만 때로는 감미로운 냄새와 향긋한 맛을 사람들에게 선사하여 동료들을 도취되게도 한다. 이런 사람이 있음으로서 우리 공직사회가 흔들림없이 유지되고 있음이 아니겠는가. 완벽한 도덕군자도 못되고 결함투성이인 것이 인간이다. 얼마나 교양을 쌓고 수양을 해야 인간다운 인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한데, 그를 보면서 내 삶에 있어서 가장 귀중하고 찬란한 보석을 통째로 얻은 느낌이다.

그는 너와 나의 경계를 무터뜨리고 천지인(天地人)이 하나가 됨을 보여주는 초인같은 모습이다.

무궁무진한 인간 향기로 인간생활 속의 온갖 악취를 매장하는 이런 공직자들을 보면서오만불손한 이땅의 권력자들이 자성할 수 있다면 겨울의 문턱에 접어든 요즘 기후가 그다지 썰렁하지만은 않으리라.

▲ 김정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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