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만 찾는 완전성

의원내 대기실에 비치할 좋은 자가치유서(self-healing book)를 찾기 위해, 자신들의 양육방법을 책으로 펴낸 캐슬러 부부의 책을 훑어보다가 흥미를 끄는 이론을 발견했다. 과학교사인 아내를 통해 생각하게 된 이론인 듯한데참 그럴 듯하고 여러 정신현상의 설명에도 개연성이 있기에 소개해 본다.

그것은 빅뱅이 우리의 마음원리에 어떤 의미가 있나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있기 전에는 에너지만 존재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가 무언가의 힘에 의해 그 에너지들이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하고 결국 모든 에너지들이 한 점에 모이는 상태에 도달한다. 이 한 점(빅원)은 부족함이 없는 완전한 충만 상태로 대폭발을 통해 모든 것을 밖으로 무한하게 내어주며 전 우주가 생성되고 채워졌다는 것이다.

빅뱅을 통해 만들어진 우주 속의 유기물을 시작으로 생명체가 만들어지면서, 빅원의 특성이 유전자 속에 담겨 지금의 우리에게도 전해졌다고 한다. 빅원의 특성, 즉 완전하고 결핍됨이 없는 충만하여 무한한 에너지의 근원이 되며 자신 속의 모든 것을 밖으로 내어주는 특성이인간 속에 있다는 이론은 사람의 정신과 삶, 문화 속의 많은 현상을 설명하기에 참 적합하다.

빅원의 존재가 우리의 유전자 속에 있고 이것을 은연중에 느끼기에 우리는 이상적이고 완전하며 헌신하는 존재를 추구하고 심하면 이런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극단적 시각을 갖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 눈이 외부로 향해있는 관계로 계속 외부에서만 찾게 되는 데 있다. 종교 속에서만 찾거나, '결혼한 배우자에게 남자라면, 여자라면 이래야 하지 않냐?'는 식으로, 또는 부모님에게 부모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는 식으로 이상적인 걸 투사하고 바라고 실망하고 원망하고 결국 삶에 지쳐간다.

물질에 투사되기도 한다. 언젠가 3억원짜리 술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에서 만든 명장이 만든 크리스탈 병에 50년 이상의 원액으로 소량만 한정해서 만들었으며 병의 주둥이는 금이고 그 중심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렇듯이 사람들은 끊임없이 빅원을 느낄 만한 것을 물질로 빚어내고 추구하고 여기에 마치 빅원이 있는 것처럼 꾸미고, 또 그것을 소유하면 더없이 고귀하고 소중하며 완전히 충족된 것을 얻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소유하고 나면 거기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물질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인생이 흘러가고 살아도 별거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대부분의 사람이 늙듯이 늙고 죽는다.

물질, 거기에는 없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잊지 않고 살다보면 물질이 허망하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고 물질로부터 조금씩 자유롭게 되어가고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얻어간다. 살게 적으니 돈에 여유가 생기고 물질을 사기 위해 궁리하고 돌아다니는 시간이 적으니 시간을 얻게 된다.

'부모라면 이러이러해야 하지 않나?' 또는 '배우자라면 이러해야 하지 않나?'하며 이상적 가치를 투사하는 것, 자신 속에서는 찾지 않고 종교 속 절대자에게만 찾는 것, 끊임없이 물질에서 찾는 것을 멈춰야 한다. 내 내면에도 있다는 것을 체험해나가면서 자신이 그 빅원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다가가도록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겸손한 자세로 원해야 한다.

▲ 한병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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