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충청도민은 복받치는 설움에 분노를 느낄 새도 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에 대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에 급급한 나머지 자신의 소신과 다르게 선거공약으로 삼았다는 말이다. 당선된 후 국가미래를 위해서 이젠 약속을 파기할 수밖에 없음을 충청도민과 국민들에게 이해를 요구하면서 궁색한 사과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국민과 충청도민은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추진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는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의 토론과 국민들의 협조, 여야합의로 추진되어 왔다. 더욱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까지 얻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현 정권에 의해 자취도 없이 사라지게 됐다.
솔선수범해서 법과 질서를 지켜야할 정부가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덕목은 약속이다.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신뢰는 무너지고, 반목과 질시만이 남게 된다. 지금 충청도민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고, 한나라당에 대한 믿음과 지지는 바람과 함께 사려져버렸다.
충청도민이 정권에 휘둘리면서 한 맺힌 삶을 살아야 하는 그 자체에 더욱 더 뿔났다. 힘의 논리에 의해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소망했던 꿈이 처절하게 무시당하고, 논리와 정당성조차 철저히 짓밟힐 수밖에 없는 가엾은 충청도민이라는 자체가 매우 실망스럽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토사구팽 당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실망하고 좌절하며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전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충청인들의 한결같은 의지를 모으는 새로운 결속력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의 이념을 같이하는 비수도권 세력과의 동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온갖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충청도민에겐 아직도 마지막 남은 밧줄이 하나 있다. 튼튼한 동아줄이 될 지, 썩은 동아줄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민주당과 선진당 등의 야당의 지지세력과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신뢰를 지키려는 소신 정치인들이 세종시 원안추진에 변함없는 정치적 신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정치인들과 연대하여 충청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불신의 정치를 신뢰의 정치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정치인이 있을지 끝까지 한 번 더 믿어보고 함께해 보자.
혼신을 다해도 힘이 부칠 땐 충청도민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으로 가다간 더 이상 충청도는 없다. 충청도를 핫바지 취급하는 정치권 저변에 깔려있는 의식을 확실히 바꿔놓아야 한다. 충청도민을 우습게 여기는 정당을 지지할 수 없는 일이다. 충청도에 특별히 더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하지 않더라도 약속의 땅, 희망의 땅, 충청도를 만들어 줄 정당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지금 국가균형발전이란 대의를 달성하기 위해선 충청도민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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