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는 유래가 없는 경제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실직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고, 그 중심에는 아동과 청소년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의 해체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국가나 사회의 특별한 보호와 지원을 요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정의 기능이 저하되고 청소년 안전망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어 매년 청소년 문제가 언론을 통하여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도 학교 성적 비관과 관련된 청소년이 자살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은 과거와 달리 인성발달이 순조롭게 이루어 질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불행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imf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태어난 이들은 일차적인 가정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부모들을 경제에 빼앗겨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꾸준한 보살핌이 없었고 따뜻한 환경이 결여되었던 것이다. 청소년 비행이나 범죄가 유전적인 또는 선천적인 소질이 있다는 학설이 예나 지금이나 있지만 확증된 것은 없다. 단지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따뜻하게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모, 특히 어머니의 사랑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만이 검증된 사실이다.

상담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다루면서 그들의 마음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그들의 성장과정, 그들 생활에서의 갖가지 부재, 강요, 일방통행, 대화가 없는 것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입으로 나오는 절실한 호소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는 좋은 옷, 좋은 음식, 일류학교에만 관심이 있지 집에 오면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가출 청소년의 경우를 보면, 집에 가면 부모가 아무 말 없이 옷과 먹을 것을 잔뜩 사다놓고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나 돈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가장 필요로 하는 정신적인 것은 주지 않는다고 한다. 즉, 경제가 조금 어려워서 좋은 음식을 못 먹고, 학원을 다니지 못하더라도 가정에서의 따뜻한 정신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청소년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에서는 자신의 자녀 문제를 부모가 주도가 되어 가정에서 해결하기 보다는 외부 기관에 떠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원인은 경제사회적으로 구조조정 등과 같은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부모가 자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심리적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 큰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보다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인 것이다.

가출 청소년들의 부모와 상담을 해보면, 자녀의 문제에 대해서 이제 부모로써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자녀로서 인정하지 않고 남으로 지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연구에 의하면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서도 부모가 면회를 오는 청소년들의 경우, 재범률이 낮아지는 반면 부모가 외면하고 면회조차 오지 않는 경우 청소년들의 상실감으로 인해 재범률이 높다고 한다.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이다, 경제 성장이다 해서 과거의 경제적 부족한 점을 보충하려는 것에 거의 모든 힘을 쏟고 있는 한편 예전에 우리가 풍부하게 가졌던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청소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해서 일하고 무엇을 위해서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지 스스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위기의 시대이다.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가정의 위기시대이다. 과거에는 있을 수 없는 가족이라는 1차적 사회 안전망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것이다.

▲ 김동준
충북청소년상담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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