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교육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교육비 절반, 공교육 만족 두 배'였다. 공교육을 활성화시켜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주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공약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참으로 아이러닉한 공약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서 미래 국가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은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지도 모른다.
한국교육의 교육열을 부러워하고 있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이미 두 번이나 한국의 교육열을 언급하면서 미국 학부모들의 낮은 교육열을 채찍질하고 나섰다.
지난 11월23일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중ㆍ고교 학생을 주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 기술, 공학 교육을 강화하는 '혁신을 위한 교육'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또 한번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캠페인을 설명하면서 지난달 18일 한국 방문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의 교육열에 대해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교육정책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학부모들이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학부모들조차도 자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강하다"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녀들이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수천 명의 원어민 영어교사를 해외에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고민은 참으로 행복해 보일 수도 있다. 경제와 군사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임을 자랑하는 미국이지만 저소득 계층의 높은 문맹률과 학부모들의 낮은 교육열은 미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교육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2세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기를 바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학부모의 너무 많은 요구들이 걱정이라는 한국의 실정은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나 학부모들의 교육비 투자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의아한 정책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제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의 문제점들을 제3의 시각에서 다시 한번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과연 '사교육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가?', '고등학교의 평준화 정책은 지속돼야 하는가?', '대학의 학생 선발에 정부가 관여해야 하는가?', '학교교육을 학력중심으로 이끌어가야 하는가?' 등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 현안들에 대하여 근본부터 다시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2009년 기축년의 끝자락에서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그 동안 우리가 가졌던 편견을 버리고 한번쯤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우리의 교육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 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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