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부, 카슈가르의 아침, 파미르고원으로

▲ 1 실크로드의 대표적인 도시 카슈갈의 모습 2 파미르고원 계곡모습 3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파미르고원의 계곡 4 우체국이 있는 작은마을 5 산야초 파는 여인 6 파미르고원 궁거얼(콩구르)산의 아름다운 모습 7 모래언덕의 산과 호수 8 길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고원의 호수
실크로드를 대표하는 도시 카슈가르와 우루무치는 실크로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음을 설레게 하던 언제나 반가운 이름이었고 언제 가보나 하며 마음을 들뜨게 하던 곳이다.
카슈가르, 카스, 카슈갈로 부르는 이곳은 중국 최서부 타림분지의 서쪽과 파미르고원의 동쪽 사이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의 이름이다. 현재 이곳의 정식 지명은 카스(喀什·객십kashi)이지만 토착민들인 위구르족들은 카슈갈로 부르고 있다. 카슈가르는 오색찬란하다는 뜻의 카스(kash)와 집을 의미하는 가르(gar)의 합성성어라 한다. 온통 거친 사막과 험준한 고산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이곳에 초원과 물이 있고 편안한 안식처의 집이 있으니 화려한 집은 아니나 그것이 바로 오색찬란한 집이 아닌가 싶다.
카스는 우루무치로부터 1500여km 떨어져 있으며 천산남로와 서역남도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로 중앙아시아 인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으로 나가는 길목이 되고 있다. 1999년 개통한 철도와 314번, 315번 국도가 지나고 위구르족 삶의 중심지이다.
한나라 때는 소륵국(疏勒國)이 있었던 곳으로 지금의 카스는 현재와 과거가 함께 공존하는 모습 속에 현대화와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카스의 아침을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위구르족들의 전통가옥 모습을 바라보며 시작하고 있다. 내친김에 카스를 거처 파미르고원까지 가고자 하는 것이 이번 일정의 서쪽 끝이다. 파미르고원을 넘어가던 고선지 장군 원정길을 보고 싶고, 만년설을 가까이에서 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 진다. 러시아 남부지역 실크로드 초원의 길 서쪽 편에 있는 유럽 최고봉 엘브르즈를 '2003 청주시 엘브루즈 원정대'와 함께 등반을 한 후로 청주삼백리에 매달려 있다 보니 만년설을 밝아 본지가 꽤 된 것 같다.
이른 아침 한족 카스지역 여행담당 가이드의 당찬 목소리를 들으며 버스가 출발을 한다. 한동안 낮은 초원이 사막과 이어지더니 서쪽 저편으로 험준한 고산지대가 보이고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파른 산악지형 속에 파미르계곡이 시작되고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강물은 회색의 흙탕물이다. 계곡 옆으로 작은 초원과 시골집이 겨우 붙어있고 백양나무가 틈틈이 서있는 사이로 길이 나타난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려올 것 같은 협곡을 바라보며 여기가 세계의 지붕 파미르인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언덕길을 오르고 계곡을 따라 계속 들어가니 우체국이 있는 백양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 나타나며 산야초 판매장에 들려 볼일도 본다. 판매장의 활달해 보이는 아줌마에게 약초로 된 음료수를 받아 맛을 보곤 길을 재촉한다.
세계의 지붕으로 부르고 있는 파미르 고원은 폐르시아 말로 미트라(태양)신의 자리를 뜻하는 'pa_imihr'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평균 해발 4000m가 넘고 여러 갈래의 산맥들로 구성돼 대부분은 타지키스탄에 속하며 동쪽은 중국 신강지역으로 남서쪽은 아프카니스탄에 속한다. 히말라야 산맥도 파미르고원으로 연결되니 세계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도 이곳 파미르고원에서 볼 때 4000m정도 더 높은 것이 되는 것 같다.
파미르고원은 고선지 장군과 떨어질 수 없는 곳이다. 실제 지형을 보니 장군이 1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이곳을 어떻게 넘어 갈수 있었을까 놀랍기만 하다. 해내겠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 고선지 장군의 원정길을 생각을 하며 험악하고 가파른 고원의 계곡 속으로 들어간다.
최근 발행한 중국지도를 보니 카스(喀什·객십kashi)에서 314번도를 따라 서남방향으로 파미르고원의 궁거얼(7649m)산이 나오고 10km정도 더 가면 카라쿨리 호수와 무즈타그아타봉(7509m)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파미르고원의 제2봉으로 멋진 모습의 궁거얼산(7719m)이 잘 보이는 곳에 검문소가 있어 사진도 찍고 잘 되었다는 생각으로 반갑게 버스에서 내린다. 계곡 옆으로 길이 나있고 작은 가게들이 몇 개 보인다. 언덕위로 보이는 설산의 모습이 장엄한 풍경을 연출하며 신비감마저 들게 하고 가파른 언덕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만년설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대설산의 멋진 풍광이 펼쳐지며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놓고 있다.
시골마을의 파출소 정도로 보이는 검문소 앞에서 궁거얼산의 잘 생긴 봉우리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팀은 통과를 하고 우리는 안 된다고 한다.개인 신분증인 여권도 있고 비자명단도 있는데 옛날 실크로드의 나그네들이 성주가 발행한 통행허가증에 문제가 있으니 확인해 오라는 신참 병사의 우직한 설명과 같은 모습이니 참! 사람들은 파미르고원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염려에 우왕좌왕하고 파미르지역이 처음인 가이드 이군은 경험부족으로 쩔쩔매고 있다. 옛날 실크로드의 나그네들은 이런 때 어떤 지혜를 모아 해결하였을까. 보아하니 큰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의사전달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일행은 앞으로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봐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고, 현지가이드가 슬그머니 서류 속에 돈을 찔러 주어도 받지 않고 왼 일인가 싶다. 잠시 후 다른 팀의 노련한 가이드가 와서 문제를 해결한다. 어떻게 문제를 풀었을까? 몹시 궁금한데 가이드는 얼렁뚱당 넘어가고 있다.
검문소에서 한 시간 정도 지체했으나 파미르고원을 넘는 나그네들은 안도감으로 다시 웃음을 띠고 길을 간다. 계곡 길 안으로 들어가니 앞에 먼저 가던 차들이 모두 서있다. 산사태가 나서 도로를 덮어버리자 중장비를 동원해 길을 정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파른 계곡 길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일이라 준비를 하고 있어 빨리 해결이 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장비가 없어 사람들이 모여 삽과 괭이로 작업을 했고 소통이 될 때까지 나그네들은 마냥 기다리려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한다. 인도 히말라야의 성지 바드리나트에서 산사태로 길이 무너지고 길 위에서 무작정 기다리던 일이 생각난다.
다행히 버스는 다시 길을 가고 계곡길 옆으로 온천지대가 보이며 창고 같이 지어놓은 온천욕장이 있어 파미르고원 여행객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파른 언덕길에 버스는 에어콘을 끄고도 헐떡이며 3000m 고지를 오르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창문을 여니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바람이 시원스럽기만 하다.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더니 넓고 시원한 호수에 도착한다. 잔잔한 호수에 내려 앉아 수면위로 비추는 모래 산이 아름답고 아늑하기만 한 곳이다. 물이 많다면 어느 호수 못지않게 예쁜 호수가 될 것 같은 모습으로 푸른 하늘 아래 산봉우리는 만년설에 덮여 있고 호수가 맑고 깨끗하여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호수의 수면 아래로 보이는 모래언덕의 산 그림자가 매우 아름답다. 그림 같은 평화로운 모습이 펼쳐지니 모두 내려서 사진을 찍고 쉬어간다. 어떻게 하여 이런 지형이 만들어 졌을까. 3000m가 넘는 산인지 언덕인지 구분이 안 되는 고운 모래더미가 왕창 쌓여 있는 것 같은 주변 풍경이 새롭다. 평소 우리가 보아오던 자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지형들이 이곳에 있으니 자연이란 참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파키스탄, 인도, 네팔지역과 실크로드의 산악지대를 돌아보며 7000∼8000의 험준한 산속에 가로 막혀, 가파른 협곡의 틈에 끼여,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산비탈 밭을 일궈 옥수수와 밀을 심고 양을 키워 젖을 내어 먹고사는 산악지대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믿음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것이 종교가 됐든 무엇이든 간에 믿음으로 이들을 지탱하게 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요 삶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파미르고원으로 들어가며 이곳에서 만나는 자연속의 사람들은 계곡 끄트머리에 겨우 붙어 농사를 짓고 양을 키우며 혹독한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자연의 오묘함과 그 속에 엉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구함을 느끼는 혼돈 속에 다시 길을 떠난다. 조금만 더 가면 이번 일정과 오늘의 서쪽 끝인 카라쿨리 호수에 도착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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