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진

개원한 친구가 '난 빨리 돈 벌어서 50세까지만 일하고 싶다' 그 얘길 들으면서 절로 한 숨이 배어 나왔다. 한 숨이 쉬어진 것은, 삶에 대한 짐스러움을 느끼는 그 친구의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서 이기도 하고, 그렇게 표현되는 그 친구의 삶이 딱해서이기도 하다.
사실 그 친구의 그런 속내를 듣기 전에는 그런 사람이 삶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성공한 개원의로써 좋은 차와 좋은 집, 그리고 풍족한 월수입, 그리고 희소성이 있는 전공으로 차별화된 지역사회내의 입지를 가지고 있는 의사이기에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한다.
아주 작은 한 열 댓 명의 손님이 찾으면 비좁아 더 이상 돈을 벌수 없는 그런 작은 참치 집에 간적이 있다. 그 참치집의 주인장은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얼굴에 생동감이 있고 말끝에 활력이 있었다. 비좁고 옹색하기에 주인장이 일일이 손님상에 참치를 올려주었는데 참치의 부위에 대한 설명과 자신이 수십년간 참치를 만지며 터득한 것들 그리고 참치에 대해 더 알기위해 일본을 여러 차례 왕래한 얘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참치를 다루며 남들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신 만의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견지하며 그런 노력의 결실을 손님상에 맛과 정성으로 전달하려는 주인장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의사친구와 참치 집 주인장 누가 더 성공한 사람일까? 전교 1등이면 전부다 의사가 꿈이라는 비틀린 세상의 잣대로 본다면 차별화된 전문성을 가지고 돈을 잘 벌고 있는 의사친구가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삶과 직업에 대한 만족감은 세상의 평가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에 비해 변변치 않은 학벌을 가지고 옹색하기도 한 작은 가게의 주인인 사람과 항상 전교 1-2등을 하다 성공한 의사가 된 사람, 두 사람의 직업에서 느끼는 부담과 보람이 저렇게 다른 것은 수단과 목적의 문제 때문이다. 부모의 칭찬을 듣기위해, 1등을 하기 위해, 좋은 명문대학에 가기위해 공부를 수단으로 삼아 열심히 공부해온 그래서 의사가 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목적과 수단을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 공부가 수단이었듯이 이제 직업은 그에게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 편히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목적은 자신의 일 속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
얼른 돈을 모아 편하게 살기 위해 그래서 스트레스를 주기만 하는 아무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일을 하루 빨리 끝내려는 생각만 있다. 일 자체에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경지를 찾으려는 목적의 의미가 일에 있지 못하다.
반면에 목적과 수단을 분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주입식 교육에 앎의 재미도 느낄 수 없었고, 공부를 수단으로 삼지도 못했기에 학벌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목적과 수단을 분리하지 않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스런 순수성을 보존하고 있었으며, 그 사람의 일 속에 목적을 두고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해 나간 것이다. 목적은 버리고 수단으로 자신의 일이 변질된 사람들 참 불쌍하고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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