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대통합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어제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다음 달 5일에 창당한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통합민주당 통합파 등 범여권의 대다수 정파와 일부 시민사회세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이 참여했다. 수적으로 80여석 규모의 원내 제2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당 창당에 무슨 명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신당 창준위는 결성선언문에서 "어떤 기득권도 없는 제3지대에서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융합의 에너지를 창조하는 대통합의 용광로가 되겠다"고 했다. 다른 정파에게는 "작은 차이를 넘어 대통합의 대열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내세우는 명분은 대통합인 듯하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대통합인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창준위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으로서 사회양극화 완화, 건강한 경제정의 구현, 지역주의 배격과 전국정당 지향,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달성, 햇볕정책 계승 등을 추구한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민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도 아마 비슷한 목표를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난이 헛말이 아니지 싶다.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이라는 이름도 쓴웃음을 짓게 한다. 통합을 외치며 민주당과 합쳤던 세력들이 다시 빠져나오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기획 탈당`을 하는 등 창당 수순을 보면 미래창조가 아닌 과거회귀요, 대통합이 아닌 새로운 분열이요, 민주신당이 아닌 야합집단으로 보일 뿐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구태에 지나지 않는다.

정당은 같은 이념과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다. 하지만, 대통합신당 창당은 이와 틀려도 한참 틀리는 경우다. 이념과 노선이 다르다며 갈라섰다가 어느 날 갑자기 통합 운운하며 다시 합치고, 그러고는 또다시 갈라서는 판이다. 애초부터 명분이고 원칙이고 없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생명을 늘리기 위해 반한나라당 세력을 규합한 것 아닌가. 그러면 될 것을, 온갖 미사여구로 국민을 현혹시키려 하니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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